ZiPS, "128G, 22HR-72RBI 가능"
마쓰다보다 호평, 관건은 포지션
메이저리그(MLB) 이적시장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는 이대호(34)에 대한 현지의 통계적 분석은 나름 호의적이다. 몇몇 팀이 이대호의 타격 능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20개 정도의 홈런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 MLB 진출이 좌절된 전 팀 동료 마쓰다 노부히로(33)보다는 타격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MLB 관련 대표적인 통계 프로젝션 ‘ZiPS’의 창시자인 댄 짐보르스키는 최근 이대호의 예상 성적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공식적인 예상 수치가 아닌, 잠정 수치에 가깝지만 짐보르스키는 이대호가 올해 128경기를 뛴다는 전제 하에 타율 2할5푼9리, 출루율 3할1푼4리, 장타율 0.453, 22홈런, 72타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1.2였다.
수비 지표에서는 마이너스 점수를 줬다. 1루 수비에서는 그렇게 큰 어필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공격에서는 나름 쏠쏠한 몫을 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타율이 조금 박한 감은 있지만 일본무대에서 같이 뛰어 동등한 잣대에서 비교가 가능한 마쓰다의 예상 성적과 비교하면 이대호의 타격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짐보르스키는 마쓰다가 MLB에 진출한다는 가정 하에 올해 성적으로 122경기에서 타율 2할4푼7리, 출루율 2할8푼6리, 장타율 0.408, 17홈런, 59타점을 예상했다. 타율·출루율·장타율·홈런·타점 등 도루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이대호가 더 나은 기록을 낼 것으로 점쳤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삼진/볼넷 비율이다. 마쓰다는 134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25개의 볼넷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호는 삼진 112개, 볼넷 35개였다. 마쓰다보다는 시선이 부드럽다. 정교함과 장타력 모두 이대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마쓰이의 예상 성적은 이대호 뿐만 아니라 최근 MLB 진출을 확정지은 아시아 타자들(박병호·김현수)보다도 박하다. 마쓰다가 지난해 자신의 경력 최고 성적을 찍으며 소프트뱅크 타선을 이끌었음을 고려하면 다소간 의외로 볼 수 있다. MLB로 건너간 일본 타자들의 실패와도 어느 정도의 연관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어쨌든 이대호의 첫 해 성적 예상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다만 공격적인 선수들의 집합소인 1루나 지명타자 포지션이라는 점은 걸린다. 지난해 MLB 1루수로서 20홈런 이상을 때린 선수는 총 17명이었다. 절반이 넘는 팀이 20홈런 이상 1루수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직 MLB에서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대호로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틈새시장을 노려봐야 한다.
올해 MLB 이적시장은 야수들의 이적이 더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크리스 데이비스,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저스틴 업튼, 알렉스 고든, 이안 데스먼드, 덱스터 파울러, 하위 켄드릭 등 쓸만한 선수들이 여전히 시장이 많이 남아있다. 이에 나머지 선수들의 이적도 지체되는 상황이다. 아직은 다른 길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이대호가 통계분석치를 증명할 만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