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우승에도 로드맵 부재 논란
2017 WBC-2020 올림픽 선제적 대비해야
“올해 뛴 선수 중,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지난해 11월 한국의 우승으로 끝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는 팬들에게 값진 선물을 안겼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대표선수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뛰었다. 그 결과는 일본을 상대로 한 기적 같은 역전승(준결승전)과 대회 우승이었다. 일본의 안방에서 한바탕 잔치를 벌여 기쁨은 더 컸다. 하지만 이제 잔치는 끝났다. 대표팀의 선전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현재 국제야구계의 최대 이슈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의 야구 정식종목 부활이다. 굳이 따지고 보면 프리미어12도 이 대명제를 위해 만들어졌다. KBO가 대회에 적극 협조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올림픽은 현재 한국이 ‘디펜딩 챔피언’이다. 전 국민적인 관심이 모일 것이 확실해 쉽게 지나칠 수가 없다. 하지만 정작 2020년을 대비한 로드맵은 사실상 전무하다.
정식종목 부활시 개최국 자격을 얻을 일본은 벌써 달려 나가고 있다. 스타 출신의 젊은 지도자인 고쿠보 히로키를 전임감독으로 선임했다. 프리미어12에서 한국에 패하며 큰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장기 계획’ 자체는 큰 흔들림이 없다. 선수 선발부터가 그렇다. 일본은 지난 프리미어12에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짰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경험을 쌓게 하려는 의도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2020년경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번 대회의 쓰라린 패배도 올림픽을 생각하면 약이 될 수 있다. 일본이 위안을 삼는 대목이다.
반대로 한국은 프리미어12에 출전한 선수 중 2020년 올림픽에 나설 만한 선수가 거의 없다. 시점상으로 봤을 때 은퇴를 할 선수도 적지 않고, 중간급 선수들은 30대 초·중반이 된다. 지금의 기량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보장이 없는 나이다. 우승은 했지만 김인식 대표팀 감독도 이런 점을 부러워했다. 김 감독은 “항상 일본을 이길 때는 우리 쪽 벤치에서의 기민한 움직임이 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힘 자체는 일본이 우위에 있다. 특히 마운드가 그렇다”라고 냉정하게 짚었다. 노장은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었다.
2016년은 특별한 국제대회가 없다. 그래서 더 중요한 시기일 수 있다. KBO 리그의 발전은 물론 대표팀도 차분히 그림을 그려가야 할 때다. 짧게는 2017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길게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야구 부활에 대비해야 한다. 프리미어12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낸 일본은 이미 대비에 들어갔다. 올해 몇 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조직력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WBC-올림픽 제패를 통해 완벽한 부활을 알리겠다는 심산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그에 젊은 피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마운드 쪽에서 한국은 에이스급 계보가 끊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 양현종 이후로는 마땅한 선수가 없다. 이대은이 가능성을 내비친 정도다.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불가능하지만 리그 전체가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또한 논란만 쌓일 뿐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전임감독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일찌감치 해결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