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처 논란’ 모로즈, 삼손의 머리카락 없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1.03 16: 27

3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삼성화재의 경기를 앞두고 가장 관심을 모은 선수는 바로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 파벨 모로즈(29·205㎝)였다. 과한 세리머니가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모로즈는 지난달 31일 수원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 4세트 당시 주심에게 손가락 욕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니폼 안에 손을 넣어 모욕적인 제스처를 취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경기 중에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방송 중계 화면에 잡혀 논란을 만들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판독을 한 뒤 ‘엄중 경고’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을 비롯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심판진을 향해 취한 제스처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도 모로즈에게 세리머니를 자제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확전을 원하지는 않는 듯 했다. 이번 사태가 모로즈의 경기력에 어떠한 영향을 준다면 그 또한 좋을 것은 없었다.

실제 러시아 리그에서 뛸 때부터 화려한 세리머니로 유명했던 모로즈는 한국에 와서도 자신의 기쁨을 경기장에서 과감하게 표한 선수였다. 팬들로서는 하나의 볼거리였다. 모로즈는 이러한 세리머니가 자신의 기분 표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상대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뜻을 자주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다. 한 팀 선수는 “세리머니가 너무 과하다”라고 눈총을 보냈다. 한 관계자는 “언젠가는 사고를 칠 것 같았다”라고 혀를 찼다.
논란 후 모로즈는 어땠을까. 세리머니는 확실히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공격을 성공할 때마다 마음껏 포효하곤 했던 모로즈는 이날 공격 성공 후에도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그저 동료들과 함께 환하게 웃는 정도였다. 2세트 막판 서브 에이스 두 개를 연달아 성공시킨 이후 특유의 헐크 세리머니(손을 귀에 갖다 대는 세리머니)가 한 번 나오기는 했지만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얌전해진 모습이었다. 오히려 평소와 비교하면 ‘위축됐다’ 싶을 정도였다.
다만 세리머니도 엄연한 자신의 호흡이다. 이런 호흡이 끊기면 경기가 낯설어질 수도 있었다. 대한항공이 우려한 점도 이것이다. 그리고 일정 부분 그런 모습도 보였다. 3세트까지는 그렇게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4세트에서는 좀처럼 흥이 나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4세트에서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경기 중 손에 가벼운 부상도 당한 모로즈는 가면 갈수록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결국 이날 세트스코어 2-3의 대역전패에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
기록 자체만 봐도 좋지 않았다. 모로즈는 이날 24득점을 올렸다. 서브 득점은 3점, 블로킹 득점은 2점으로 거의 트리플크라운급 성적이었다. 그러나 공격 성공률은 46.51%로 떨어졌다. 범실도 10개였다. 특히 2세트까지는 50%를 훨씬 상회했던 공격 성공률이 계속 떨어진 것은 뼈아팠다. 세리머니의 박탈은 마치 삼손의 머리카락이 잘린 듯한 역효과를 낸 모습이었다. 모로즈가 어떤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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