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이선규, 삼성화재 토종 자존심 살리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1.03 16: 28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바가 너무 크다”라며 ‘몰빵배구’라는 비아냥을 받는 삼성화재가 토종 선수들의 분전에 위안을 삼았다. 외국인 없이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분명 승점 이상의 의미였다.
삼성화재는 3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1·2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경기를 풀세트까지 끌어가는 등 대분전한 끝에 세트스코어 3-2의 대역전승을 거뒀다. 외국인 선수 그로저 없이 승점 2점을 따낸 삼성화재는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한숨을 돌렸다.
현재 삼성화재는 주포이자 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인 괴르기 그로저가 없다. 2016 리우 올림픽 예선 출전차 독일 대표팀에 합류해 있었다. 이에 삼성화재는 지난 1일 OK저축은행전부터 국내 선수로만 라인업을 짜고 있다.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말할 필요가 없다. 공격에서는 절반 이상의 비중이다. 확실한 토종 주포가 부족한 삼성화재로서는 더 큰 타격이다.

실제 삼성화재는 1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무너졌다. 1·2세트에서는 세트 중·후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결국 ‘한 방 싸움’에서 졌다. 하지만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리시브의 문제였다. 국내 선수들의 힘이 다른 팀에 밀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선수들을 감쌌다. 그리고 삼성화재는 이틀 뒤 임 감독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사실 1·2세트는 상대의 공격력에 철저히 눌렸다. 역시 세트 중반 이후 힘이 떨어졌다. 하지만 3세트부터는 달라졌다. 이날 쾌조의 몸놀림으로 중앙에서 힘을 보탠 이선규가 건재를 과시한 가운데 2세트까지는 부진했던 김명진이 대반전을 이끌어내며 대한항공을 압박했다. 2세트까지만 해도 20~40%대에 머물던 국내 선수들의 공격 성공률이 수직상승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세터 유광우는 선수들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며 신바람을 냈다.
대한항공의 강한 공격을 수비로 받아내며 착실하게 반등 기회를 만든 삼성화재는 5세트 들어 대폭발했다. 김명진의 공격은 물론 중앙의 속공, 그리고 블로킹과 수비까지 호조를 보이며 7-3까지 앞서 나갔다. 이후에도 삼성화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10점 이후 외국인 선수 부재가 한 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지만 다양한 공격 루트를 통해 결국 대한항공을 잡았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짜릿한 승리였다.
2세트까지 부진했던 김명진은 3세트 이후 대분전하며 팀 내 최다 득점인 21점을 기록했다. 이선규는 경기 내내 맹활약하며 4개의 블로킹을 포함, 16점을 따냈다. 전체적인 공격 성공률은 44.54%에 불과했지만 적재적소에 터진 블로킹, 그리고 끈질긴 수비력은 이날 역전승의 원동력이었다. '몰빵배구'라던 삼성화재로서는 큰 걸음을 내딛는 경기였을 법했다.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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