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어느 팀보다 험난했던 마무리투수 잔혹사
올해에는 정찬헌·임정우 중 한 명이 마무리투수로 안착해야 하는 상황
21세기 LG 트윈스의 최대 난제, 마무리투수 찾기가 다시 시작됐다. 정찬헌(26)과 임정우(25)가 새로운 마무리투수 후보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2016시즌 누군가는 9회를 책임져야만 한다.

사실 LG는 그 어느 팀보다 마무리투수 부재로 고전해왔다. 2012시즌 선발에서 마무리로 전향한 봉중근이 세이브를 쌓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허술한 뒷문이 LG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악몽처럼 길었던 암흑기의 원흉이 곧 불안한 뒷문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믿을만한 마무리투수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으나 결과는 모두 ‘꽝’이었다.
시작은 이상훈의 이적이었다. 2004시즌을 앞두고 LG는 진필중을 FA로 영입, 이상훈·진필중 더블스토퍼 체제를 가동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상훈은 2004년 1월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니폼을 벗었고, 진필중은 두산에서 보여줬던 막강한 구위를 잃어버린 상태로 LG에 왔다. LG는 진필중 FA 영입이 실패로 끝나자, 2006시즌 도미니카 출신 강속구 투수 매니 아이바를 데려왔다. 그런데 아이바는 부상으로 인해 정규시즌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고 한국을 떠났다.
2006시즌 후반기 당시 프로 4년차였던 우규민이 마무리투수로 떠올랐고, 우규민은 LG 암흑기 마무리투수 중 가장 안정된 투구를 했다. 하지만 우규민은 이듬해인 2007시즌에 세이브만큼이나 많은 블론세이브를 기록(30세이브·13블론)하며 고전했다. 결국 우규민은 2008시즌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투수서 내려왔고, 2009시즌까지 정재복과 이재영 등이 마무리투수로 나섰지만 해답이 되지 못했다. LG는 2010시즌 오카모토 신야를 마무리투수로 기용, 다시 한 번 외국인투수에게 9회를 맡겼다. 문제는 오카모토 역시 상대타자를 압도하지 못하며 마무리투수로 부족한 투구를 했다. 오카모토는 단 한 시즌만 소화한 채 일본으로 돌아갔다.
2011시즌에는 마무리투수 부재가 리그 전체의 판도를 바꾼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LG는 당해 전반기까지 상위권에 자리하며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불안했던 뒷문이 해결된다면, 고대했던 가을야구를 할 것으로 보였다. 때문에 7월 트레이드 마감시간을 눈앞에 두고 베테랑 불펜투수 송신영을 영입, 반대급부로 박병호를 넥센에 보냈다. 결과적으로 송신영은 LG에서 마무리투수로서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2011시즌이 끝나고 FA가 되면서 LG와 이별했다. 반면 박병호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홈런왕으로 급성장, 2015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거가 됐다.
이처럼 LG는 2012시즌 봉중근이 뒷문을 사수하기 전까지 험난한 경기 후반을 보내곤 했다. 2007시즌부터 2011시즌까지 5년 동안 세이브 성공률은 67.1%에 그쳤고, 이 기간 블론세이브는 리그 최다인 71개에 달했다. 하지만 봉중근은 2012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109세이브(15블론세이브)·세이브 성공률 87.9%로 안정된 9회를 만들었다. 비록 봉중근이 2015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마무리투수 완장을 내려놓고 말았지만, LG가 2013시즌과 2014시즌,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던 데에는 봉중근의 뒷문사수가 결정적이었다.
2016시즌 봉중근의 첫 번째 대안은 정찬헌이다. LG는 2014시즌부터 봉중근의 뒤를 이을 마무리투수로 정찬헌을 낙점했다. 정찬헌이 구위와 마운드 위에서 자세, 체력 등 여러모로 마무리투수와 어울린다는 내부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정찬헌은 마무리투수로 나선 경험이 많지 않고, 1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곤 했다. 지나친 정면승부가 화가 된 경우도 많았다.
두 번째 대안은 임정우다. 임정우는 2012시즌 SK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수차례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자신에게 진짜 맞는 옷을 찾는 과정이 길었다. 결과적으로 임정우는 2015시즌 도중 불펜 필승조에 합류, 자신의 확실한 보직을 찾았다. 그런데 임정우 역시 9회 자기 손으로 팀 승리에 마침표를 찍은 경험은 부족하다. 빠른 공을 던지지만, 150km를 상회하는 구속은 아니다.
양상문 감독은 “정찬헌과 임정우 둘 중 한 명이 맡는 것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구위와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봤을 때 둘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면서 “찬헌이와 정우 모두 젊기 때문에 둘 중 한 명이 마무리투수로 자리 잡으면 향후 5년에서 7년까지 마무리투수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봐야 결정이 나겠지만, 둘 중 한 명이 잘 해낼 것이라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LG는 오는 17일 미국 애리조나로 떠나며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양 감독은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는 새 마무리투수를 결정할 계획. 어느 팀보다 마무리투수를 놓고 골머리를 앓았던 LG가 빠르게 불안요소를 지울지 지켜볼 일이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