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에서 돈은 곧 전력을 의미할 때가 있다. 이번 프리에이전트(FA)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선수들을 잔류시키거나 영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런 가운데 SK는 ‘합리’라는 기조를 선택했다. 당장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번 FA 시장에 총 6명의 선수가 나온 SK는 절반인 3명의 잔류시키는 데 그쳤다. 박정권 채병룡 박재상이 팀에 남았으나 정우람 윤길현 정상호는 팀을 떠났다. 정상호는 2014년부터 급부상하며 주전포수로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었던 이재원을 생각할 때 이해할 수 있는 이적이었다. 그러나 정우람 윤길현의 공백은 커 보인다. 정우람은 한화와 역대 불펜 최고액인 4년 84억 원, 윤길현은 롯데와 4년 38억 원에 각각 계약해 SK를 떠났다.
“불펜 투수는 키워서 쓴다”라는 기조가 있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인재풀이 좁은 우리는 전력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SK도 마찬가지다. 당장 정우람과 윤길현은 지난해 SK의 8회와 9회를 나눠 들던 선수였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내보내는 투수였고, 자신들의 임무를 잘 수행했다. 정우람은 69경기에서 7승5패16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3.21, 윤길현은 70경기에서 4패13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했다.

한때 불펜 왕국으로 불렸던 SK는 핵심 선수들이 팀을 떠나거나, 아팠다. 2013년과 2014년은 불펜 운영에서 고전한 시기였다. 2014년에는 믿고 맡길 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그런 SK 불펜이 2015년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은 군에서 제대한 정우람, 그리고 부상에서 완전히 탈출한 윤길현의 몫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두 선수는 없다. 불펜 운영을 원점에서부터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122억 원의 공백은 분명히 크다. 당장 올해는 가장 중요한 마무리를 누가 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후보군만 떠오를 뿐, 확실한 선수가 없다. 어쨌든 경쟁을 통해 이겨낼 수밖에 없는 문제다. 부상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비상이 기대되고 있는 박희수가 키 플레이어다. 박희수가 정우람의 몫을 해줘야 한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 전유수, 역시 부상을 벗어나 본격 궤도에 오를 박정배, 윤길현의 보상 선수로 지명한 베테랑 김승회, 지난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베테랑 좌완 신재웅 등 베테랑 자원들은 충분한 편이다.
신예들의 가세도 기대를 모은다. 군에서 제대한 정영일은 묵직한 공을 던진다는 평가로 올해 마운드 전력의 최대 기대주 중 하나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서진용은 재활 페이스가 비교적 좋은 상태로 시즌 중반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 점쳐지고 있다. 위기에서 등장할 영웅은 과연 누구일지, SK가 122억 원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