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 LG 최고 타자, 지난해 부상 반복으로 부진
한나한 타격교실 참가...웨이트 전념 재기 성공예고
이병규(33, 7번)에게 2015년은 악몽 그 자체였다. 2014시즌 잠재력을 폭발, 많은 이들이 고대했던 4번 타자로 우뚝 섰으나 일 년 만에 모든 게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병규의 고전은 팀의 성적과도 직결됐다. 팀 내 홈런왕이자 타점왕을 잃은 LG는 9위에 머무르며 다시 조용한 가을을 보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부진의 원인이 어처구니없는 부상이었다는 것이다. 이병규는 개막전 당일 담 증세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시범경기까지 최고의 페이스를 유지했으나, 담으로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고, 시즌 내내 슬럼프에 시달렸다. 장기인 날카로운 선구안이 사라졌고,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83개의 삼진을 당했다. 심지어 지난해 7월 26일 kt전에선 만루홈런을 친 후 옆구리에 통증을 느끼고 시즌아웃됐다.
4번 타자가 허무하게 무너지자 LG 타선은 지독한 엇박자를 냈다. 기대를 모았던 잭 한나한은 5월부터 시즌을 시작했는데, 32경기만 뛰고 부상재발로 팀을 떠났다. 한나한을 대체한 루이스 히메네스는 7월 한 달 동안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시즌 막바지 반등에 성공했으나, 사실상 순위는 정해진 상황이었다. 개막전부터 타올랐던 정성훈도 8월 사고와 함께 서둘러 시즌을 마감했다.
결과적으로 박용택 홀로 고군분투했다. 후반기 임훈 서상우 안익훈 등이 희망을 비췄으나, 그렇다고 2016시즌 LG의 공격력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기는 힘들다. LG는 2015시즌 팀 타율 2할6푼9리로 리그 9위, 팀 타점 601점과 팀 홈런 114개로 리그 최하위에 자리했다. 2014시즌에 이어 2년 연속 타고투저 시대를 역행했다. 팀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리그 2위(4.62)에 올랐지만, 형편없는 공격력에 발목 잡혔다.
LG는 타격에서 별다른 보강 없이 2016시즌을 준비한다. 포수 정상호와 FA 계약을 체결했으나, 정상호가 중심타선에 자리할 확률은 거의 없다. 결국 LG 타선이 반전을 이루기 위해선 이병규가 시즌 내내 건강을 유지, 4번 타자로서 다시 존재감을 과시해야 한다. 물론 히메네스가 시즌 막바지 활약을 재현하고,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야 하는 등 수 많은 퍼즐 조각들이 흩어져있다. 이 중 첫 번째로 맞춰야 할 퍼즐이 바로 이병규의 부활이다.
양상문 감독은 2015시즌을 마무리하며 “2016시즌 4번 타자로 여전히 병규를 생각하고 있다. 히메네스가 막바지 4번 타자로 잘 해줬지만, 히메네스는 4번 보다는 5번 타자로 자리하는 게 팀 전체적으로 더 낫지 않을까 싶다”고 이병규를 여전히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병규 또한 옆구리 부상에서 회복한 후 쉬지 않고 2016년을 준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천에서 한나한 타격교실에 참가, 최고참 수강생으로서 진지하게 수업에 임했다. 당시 이병규는 2015시즌에 대한 아쉬움에 입을 열지 못하면서 “모두 내 잘못이다. 좀 될 것 같으면 여기저기가 아팠다. 때문에 새롭게 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웨이트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나한에게는 정신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타격이 안 될 때 어떤 마음으로 타석에 서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용택이형을 볼 때마다 멘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낀다. 2016년에는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타석에 서고 싶다”고 다짐했다.
빅리그에서 8년을 뛴 베테랑 한나한은 KBO리그에서 가장 인상적인 타자를 뽑아달라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이병규를 지목했다. 덧붙여 한나한은 타격교실에서 이병규에게 조언한 내용을 두고 “특별히 다른 주문은 없었다. 메카닉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단순히 생각하고 타석에 서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너무 많은 정보를 갖고 타석에 서면 어려워 질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하고 상황에 맞게 준비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나한은 오는 17일부터 시작하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타격 인스트럭터로 참가할 예정이다. 이병규 부활의 출발지점 또한 애리조나가 될 것이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