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계에 새로운 수비수가 떠오르고 있다. '공격형 수비수' 에릭 리건(안양 한라)가 주인공.
안양 한라가 2015~16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리그 선두 탈환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한라는 병신년을 맞아 안방에서 열린 하이원, 대명 상무와의 2연전에서 잇달아 완승을 거두며 연승 행진을 7경기로 늘렸고, 선두 사할린(러시아)과 승점에서 동률(76점)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타이 브레이크 규정(승점이 같을 경우 연장패가 적은 팀이 상위)에 따라 선두 도약에는 실패했지만, 사할린(33경기)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라 7연승의 일등공신은 ‘공격형 디펜스’ 에릭 리건(28)이다. 리건의 진가는 3일 안양실내빙상장에서 열린 대명 상무와의 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대명 상무와의 일전은 한라에 부담스러운 승부였다. 대명 상무는 김형준, 이동민 등 부상병이 복귀하며 하이원을 상대로 3연승을 거두는 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한라는 앞서 지난달 19일과 20일 인천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도 대명 상무를 맞아 2-1로 신승을 거두는 등 고전한 바 있어, 대명 상무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는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경기는 예상대로 펼쳐졌다. 양팀 모두 득점에 실패한 1피리어드, 한라와 상무는 각각 유효 슈팅 8개와 9개를 기록하며 맞섰다. 2피리어드에도 중반을 넘기까지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팽팽한 균형을 무너뜨린 것은 에릭 리건이었다. 리건은 5대 3 파워 플레이(상대 페널티로 인한 수적 우세)가 펼쳐지던 2피리어드 14분 17초에 김기성의 패스를 받아 장거리 스냅샷으로 골 네트를 가르고 포효했다.
리건은 한라가 1-0으로 앞선 상태에서 시작된 3피리어드 15초 만에 브락 라던스키의 추가골의 시발점 역할도 해냈다. 한라 수비 지역에서 퍽을 잡고 뉴트럴존으로 진입하던 리건은 반대편에서 공격 지역으로 침투하던 박우상에게 장거리 패스를 내줬고 이를 연결 받은 브락스키가 득점에 성공했다. 한라는 3피리어드에 2골을 더 추가하며 4-0 완승, 지난 시즌에 이어 상무와의 정규리그 맞대결을 전승(6승)으로 마무리했다.
7연승의 신바람을 내고 있는 한라로서 고무적인 것 가운데 하나는 리건의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리건은 3일 대명 상무전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최근 5경기에서 2골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진면목을 확인시키고 있다.
리건은 아시아리그에서 첫 손에 꼽히는 ‘전천후 수비수’다. 아이스하키 수비수는 본령인 수비 뿐 아니라 공격적으로도 많은 역할이 요구된다. 중장거리 슈팅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야 하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시발점 역할을 해야 하며 파워 플레이 때는 컨트롤 타워 역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이스하키에서는 수비수이면서도 공격수보다 포인트(골+어시스트)를 많이 올리는 선수도 존재한다. 이 같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비수가 리건이다.
아시아리그에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리건은 앞선 두 시즌 이미 리그 정상급의 경기력을 확인시켰다. 2012~13 시즌 일본제지 크레인스 소속으로 플레이오프 7경기에서 2골 5어시스트를 올리며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고 지난 시즌에는 하이원 유니폼을 입고 정규리그 46경기에서 17골 3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베스트 디펜스에 뽑혔다. 188cm 93kg의 당당한 체구를 바탕으로 한 파워가 일품인 그는 경기를 읽는 시야와 패싱, 슈팅력을 고루 갖춰 수비는 물론 공격적인 활용 가치도 매우 높다.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