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이 아닌 새로운 도전이다. 이를 위해 꺼내든 것은 역시 두산 베어스의 색깔인 '허슬두'다.
부임 후 2번째 시즌을 맞는 김태형 감독은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초보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멋지게 떼어냈지만, 간판 타자 김현수가 떠난 가운데 정상을 지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특별히 큰 전력 보강 요소는 없어 기존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한 상황.
그런 김 감독에게 2016 시즌에 강조하고 싶은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직접 쓴 글씨로 '허슬두' 세 글자를 냈다. 부임 초기부터 "팀 컬러를 되찾겠다. 두산 베어스다운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것의 연장선상이다. 간판 타자 김현수가 빠진 부분도 여러 선수들의 노력으로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두산은 재도전하는 심정으로 새 시즌에 임한다. 자신 있게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최종 목표가 우승인 점은 똑같다. "2연패를 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우선 4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우승을 했지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난해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을 (이번에도) 보여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스스로도 도전이라고 했기에 겸손한 자세로 시즌 준비에 임한다. 김 감독은 "우승 경험이 특별히 플러스 요인인지는 모르겠다"며 "지난해에는 나도 조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경험을 해봤으니 너무 앞서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는 고민도 드러냈다.
그러나 감독이 어떤 생각을 하든 결국 뛰는 것은 선수들이다. 자신이 플레이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심을 잡겠다는 생각이다. "감독이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은 여유가 생길 수도 있지만 우승을 해봤으니 해이해질 수도 있다.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어 마지막은 역시 선수들에 대한 주문으로 끝났다. 김 감독은 "선수들 모두에게 지난해는 최고의 한 해였던 것 같다. 선수들 스스로 팀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을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며 각자의 책임과 함께 '알아서 하는 야구'를 강조했다.
그라운드 위에서의 해이한 모습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던 김 감독이기에 선수들이 각자 임무를 알고 움직이는 두산의 전통적인 컬러가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허슬두' 정신이 더 살아난다면 한국시리즈 2연패도 불가능한 과제는 아닐 것이다. /nick@osen.co.kr
[사진] 김태형 감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