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할 때 응원한 팬들, 기부 결심하게 했다"
"기부문화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야구로 받은 사랑 어떻게 나눌까 고민했는데 영광스럽습니다."

국내 최초로 현역 야구선수 이름을 딴 야구장이 경남 양산시에 생겼다. 이름은 '강민호 야구장', 롯데 자이언츠 주전 포수이자 스타 플레이어 강민호(31)의 이름 석 자가 야구장 이름에 붙었다.
야구 인프라 확충을 고민하던 양산시, 그리고 야구를 통해 나눔을 모색하던 강민호가 만나 '강민호 야구장'이 탄생했다. '원동중의 기적'으로 야구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양산시는 야구장이 부족한 게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에 허구연 KBO 야구발전위원장이 강민호에게 기부를 제의했고, 강민호는 흔쾌히 2억원을 내놨다.
양산시는 강민호가 기부한 2억원에 3억원을 더해 총 5억원을 들여 양산시 물금읍 황산공원에 야구장을 만들었다. 좌우 95미터, 센터 110미터짜리 정식규격 야구장이다. 비록 잔디, 조명시설도 아직 없지만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던 학생들을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다.
'강민호 야구장'은 6일 준공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탄생을 알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민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야구장 앞에서 쑥스러운지 "내가 지은 야구장이 아니다. 어린 친구들이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기부를 한 것 뿐이다. 양산시에서 선뜻 '강민호 야구장'이라고 해 주시니 영광스러울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나도연 양산시장은 강민호가 기부를 결정하자 '강민호 야구장'으로 아예 이름을 짓자고 나섰다. 강민호는 "처음에는 그냥 보탬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먼저 그렇게 말씀을 해 주셔서 영광스러울 뿐"이라고 다시 한 번 양산시에 감사인사를 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양산시의회는 나도연 시장이 상의 없이 시비 3억원을 집행했다며 제동을 걸었다. 대화를 통해 양산시의회도 이를 받아 들였고, 지난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갔다. 강민호도 당시를 떠올리며 "못 지을 뻔도 했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야구장) 사진을 보고 처음에는 '생각보다 별로네'라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직접 와서 보니 정말로 좋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야구장 건설에는 허구연 위원장의 힘이 컸다. 양산시와 강민호를 연결해 준것도 허구연 위원장이다. 강민호도 "야구장에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것조차 생각을 못 했다. 처음에는 아동복지협회 등에 기부를 해서 도우려 했는데, 허구연 위원님께서 '야구인이면 야구를 돕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권하셨다"고 설명했다.
왜 기부의 대상이 야구장이었을까. 강민호는 "2년 동안 부진하며 많이 힘들었는데, 그때 날 응원해주는 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아게 됐다. 그때 '야구 잘 해서 꼭 받은 사랑을 돌려 드리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 약속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강민호는 "나는 야구장에 기부를 했지만, 다른 쪽으로 어려운 이를 도와주는 선수도 무척 많다. 어쨌든 (야구인들의 기부가)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밝혔다. /cleanupp@osen.co.kr
[사진] 양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