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높이의 스포츠다. 하지만 높이를 넘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서울 삼성은 6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전주 KCC를 82-77로 제압했다. 삼성(21승 17패)은 6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5연승이 좌절된 KCC(23승 16패)는 3위를 유지했다.
양 팀의 기둥 리카르도 라틀리프 대 하승진의 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두 선수는 스타일이 판이하다. 라틀리프는 201cm로 센터치고 신장이 작지만, 근육질 몸매와 육상선수출신 기동력으로 승부한다. 몸싸움을 이겨낸 뒤 쏘는 훅슛이 일품이다. 라틀리프의 속공은 상대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삼성의 주무기다.

반면 221cm의 하승진은 KBL 역대 최장신의 위엄을 자랑한다. 골밑에서 제대로 공을 잡으면 사실상 파울 말고 저지할 방법이 없다. 허버트 힐이 온 뒤 하승진은 출전시간이 줄어 부담을 덜었다. 힐이 골밑에서 버텨주면서 하승진이 외곽까지 막고 있다. 상대팀에게 더욱 부담이다.
라틀리프 대 하승진의 대결이 백미였다. 라틀리프의 선택은 스피드였다. 하승진이 백코트하기 전 속공으로 승부를 봤다. 지공에서는 하승진을 외곽으로 끌어내 점프슛을 던졌다. 라틀리프는 1쿼터만 8점을 뽑았다.
하승진도 반격했다. 전태풍과 안드레 에밋이 골밑으로 제 때 패스를 넣어주면서 하승진을 살렸다. 하승진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림을 노렸다. 포스트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승진은 전반전 얻은 자유투 4구 중 3구를 넣으며 7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라틀리프와 하승진은 계속 충돌했다. 라틀리프는 외곽으로 하승진을 끌어낸 뒤 드리블로 돌파하는 ‘페이스업’을 구사했다. 하승진의 느린 발을 공략한다는 계산. 하지만 하승진이 의외로 잘 버텼다. 221cm가 가로막자 라틀리프도 두 번 연속 막혔다. 라틀리프는 파울이 아니냐며 짜증을 냈다.
라틀리프는 보복으로 하승진을 밀었다. 하승진은 골대 밑에서 넘어졌다. 하승진은 라틀리프의 파울이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심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승진은 라틀리프의 강하게 슛을 쳐내면서 파울을 지적받기도 했다. 두 선수의 자존심 대결이 볼만했다.
라틀리프는 3쿼터 안드레 에밋의 속공을 블록슛으로 저지하는 등 공수에서 단연 돋보였다. 프로농구 최고센터는 자신임을 증명하려는 듯 열심히 뛰었다. 4쿼터에는 하승진을 막던 라틀리프가 결국 5반칙으로 퇴장을 당했다. 하승진은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구 중 1구만 넣었다.
삼성은 위기를 맞았지만, 주희정이 7득점을 몰아넣어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날 라틀리프는 32점, 10리바운드, 3블록슛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221cm 하승진(13점, 6리바운드, 1블록슛)의 높이도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실내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