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뉴 캡틴’ 류제국의 당부, “즐기며 야구하자”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1.07 06: 12

류제국, 압도적 지지로 3대 민선주장 선임
“즐거운 팀 분위기 만들도록 앞장서겠다”고 다짐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즐기자’다. 모든 것을 즐기면서 야구하는 모습을 주위에 보여주고 싶다. 야구장에 출근하는 그 순간부터 즐거운 팀 분위기를 만들겠다.”

2016년 LG 트윈스의 새로운 주장으로 류제국(33)이 뽑혔다. 류제국은 지난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선수단과 프런트 직원들이 직접 뽑은 주장투표에서 유효표 154표 중 89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주장이 됐다. 이로써 류제국은 2012년 이병규(9번), 2014년 이진영에 이어 제 3대 민선주장이 됐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류제국과 전화통화를 통해 주장이 된 소감과 앞으로의 다짐을 들었다. 
“먼저 지금까지 지도해주시고 믿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 갑자기 주장이 돼서 인터뷰를 하려니 느낌이 좀 다르다. 솔직히 이렇게 큰 표 차이로 주장이 될 줄은 몰랐다. 주장을 기대하긴 했으나 미국에 나와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뽑아주신 선후배님들께 고마운 마음뿐이다. 팀을 대표하게 된 만큼, 이전보다 신중한 자세로, 우리 팀 전체를 생각하며 야구에 임하겠다.” 
어떻게 보면 의아한 일일지도 모른다. 류제국은 2013년에 LG에 입단, LG에서 뛴 시간이 3년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LG 선수들 대부분이 이전부터 류제국을 차기 주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시원시원하면서 솔직한 류제국의 리더십은 1·2군 후배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아왔다. 팀 내 회식자리가 열리면, 류제국이 앉은 테이블이 가장 먼저 차곤 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류제국이 주장이 됐을 때 정말 새로운 LG 트윈스가 시작될 것이다”며 류제국이 주장완장을 차는 모습을 기대하기도 했다. 
류제국이 주장이 된 것은 단순히 인기가 많기 때문은 아니다. 류제국은 지난 3년 동안 선수단 내에서 불합리한 일이 생기거나, 힘들어하는 선수가 나오면 가장 먼저 다가갔다. 우여곡절 끝에 팀에 돌아와서 투수에서 타자로 포지션 전향을 한 이형종(27)을 적극적으로 격려하는 이도 류제국이다. 류제국은 LG에서 보낸 3년을 돌아보며, 올해에는 선수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야구하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3년 동안 LG에서 뛰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먼저 우리는 수도권팀이고 그만큼 팬들의 관심도 많이 받는다. 솔직히 우리 팀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느낄 때도 있다. 팬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점을 부담으로 느끼는 선수도 있는 것 같았다. 사랑받고 야구하는 것을 조금 불편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기구단에서 뛰는 걸로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앞으로는 선수들이 편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돕겠다. 선수들 모두 부담 없이 신나게 야구하도록 노력하겠다.” 
덧붙여 류제국은 좀 더 흥이 넘치는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승리의 기운을 길게 가져가고, 연승을 타면서 매일매일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를 원하는 LG 선수단이 되기를 바랐다.
“야구에 정답은 없다. 그런데 내가 미국에서 배운 것은 이랬다. 야구는 시즌이 길고, 경기가 많다. 경기에서 승리할 수도 있고 패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승리 후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좋은 시즌을 보내려면 팀 전체가 좋은 흐름을 타면서 연승을 해야 한다. 때문에 오늘 승리하면 기뻐하고 내일 경기서도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전까지 우리는 경기를 이기고 나서도 기쁜 마음을 너무 참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겼는데도 마치 경기에서 진 것처럼 락커룸이 조용해질 때도 있었다. 승리할수록 더 밝고, 더 승리하려하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류제국의 야구인생은 롤러코스터와 비슷하다. 고교시절 최고 유망주로 꼽혔고,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하며 꿈을 키웠다. 만 23세였던 2006년 순조롭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으나, 이후 부상과 수술, 그리고 재활이 반복됐다. 2013년 한국에 돌아와서도 롤러코스터는 반복됐다. 2013시즌 12승 2패 평균자책점 3.87로 맹활약, 승리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며 화려한 한국무대 1년차를 보냈다. 하지만 이후 부진과 불운이 반복됐다. 2014시즌에는 초반 부진에 시달렸고, 2015시즌은 지독한 불운이 류제국을 덮쳤다. 류제국은 지난해 12월 일찍이 애리조나로 넘어가 2016시즌을 준비 중이다. 보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에서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애리조나에 온 지 3주 정도 됐다. 2009년 미국에 있을 때 재활했던 곳에서 몸을 만드는 중이다. 야구선수 전문재활센터를 다니고 있는데, 현재 이곳에 많은 미국 야구선수들이 있다. 열심히 몸을 만들어가고 있고, 현재 몸 상태도 좋다. 개인적으로 2016시즌의 관건은 커브라고 본다. 우리 팀 타자들이 나를 보면서 직구 무브먼트도 좋고 변화구의 낙폭도 크다고 한다. 그런데 변화구를 활용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하더라. 스프링캠프서 변화구 제구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다. 초구 커브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는 등, 투구 패턴을 다양하게 하고 싶다.”
류제국은 다가오는 2016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팀 전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우뚝 서도록, 주장이자 선수로서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진 만큼, 젊은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고 야구 자체를 즐기도록 만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정말 많은 젊은 선수들이 활약했다. 올해에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이어질 것이라 본다. 고참 선수들도 이에 자극받아 팀 전체에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즐기자’다. 모든 것을 즐기면서 야구하는 모습을 주위에 보여주고 싶다. 야구장에 출근하는 그 순간부터 즐거운 팀 분위기를 만들겠다.” 
마지막으로 류제국은 후배 정찬헌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찬헌이 실수를 범한 죄책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사실 능력이 된다면 모든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우리 후배들 모두가 올해 좋은 시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딱 한 명만 꼽기가 정말 어려운데, 찬헌이를 응원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실수를 통해 배우는 점도 분명 있다. 찬헌이가 자신감을 잃지 않고, 마음껏 자신의 야구를 하도록 도와주겠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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