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힐(32, KCC)이 가세한 뒤 하승진(31, KCC)이 웃고 있다.
전주 KCC는 6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서울 삼성에게 77-82로 졌다. 5연승이 좌절된 KCC(23승 16패)는 3위를 유지했다. 삼성(21승 17패)은 6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비록 패했지만 ‘거인’ 하승진의 위력은 돋보였다. 하승진은 34분 30초를 뛰면서 13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점슛 4개는 모두 림에 꽂았다.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여간해서 그를 막기 어렵다. 문제로 지적됐던 자유투는 10개를 시도해 5개를 넣었다.

하승진의 위력은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KBL 최고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도 하승진에게 부담을 느꼈다. 라틀리프는 하승진과 리바운드를 경합하는 과정에서 연속 파울을 범했고, 4쿼터 종료 3분을 남기고 퇴장을 당했다. 석연찮은 판정도 있었지만, 하승진의 위력이 영향을 미쳤다.
경기 후 추승균 감독은 “하승진의 움직임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몸싸움 하는 과정에서 힘들어한다. 올스타 휴식기에 그 부분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하승진의 플레이에 만족했다.
라틀리프 역시 “하승진의 약점이 스피드가 느린 스텝이다. 그것을 최대한 역이용해서 돌파하거나 외곽슛을 쏘려고 했다. 하승진이 워낙 거구라 페인트존에 들어오면 골치가 아프다. 최대한 못 들어오게 밀어내려고 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라틀리프가 32점, 10리바운드를 올렸지만 하승진은 어려운 상대임이 분명했다.
하승진이 허버트 힐의 가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KCC는 외국선수로 유일하게 기술자형 스윙맨 안드레 에밋과 리카르도 포웰을 뽑았다. 하승진 혼자 골밑을 막아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힐이 가세한 뒤에는 하승진의 부담이 줄었다. 힐과 동시에 뛰면 하승진도 적극적으로 외곽으로 나온다. 힐은 하승진의 쉬는 시간도 보장하고 있다.
힐 영입 전 하승진은 평균 24분 32초를 뛰며 평균 7.3점, 7.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힐 영입 후 하승진의 기록은 평균 27분 8초, 10.9점, 7.8리바운드로 소폭 상승했다. 야투율은 61.3%를 기록하고 있다.
추승균 감독은 “우리 팀은 높이가 문제였다. 힐이 와서 수비에서 기여가 크다. (하)승진이가 부담이 줄었다. 실점도 적어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오고 있다. 에밋의 공격반경도 더 넓어져서 큰 도움이 된다”며 하승진의 활약을 반겼다.
결국 KCC가 외국선수 트라이아웃에서 공격형 선수 두 명을 뽑은 것은 실수였다. 추 감독은 “다시 뽑아도 포웰보다 힐이다. 사실 힐을 데려올 때 하승진과 겹치지 않을까 걱정했다. 기우였다. 하승진의 쉬는 시간이 생기면서 부상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에밋도 오래 쉬고 유용하다”며 다시 한 번 힐을 칭찬했다.
허버트 힐 역시 KCC에서 평균 12.7점, 8.7리바운드로 기여하고 있다. 전자랜드 시절 18.4점, 10.3리바운드보다 기록은 줄었지만, 팀 기여도는 더욱 높다. 힐과 포웰의 맞트레이드는 결과적으로 KCC가 더 큰 이득을 보고 있다. 더불어 하승진까지 살아난 것이 추승균 감독을 기쁘게 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