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희에 이어 조상우, 필승조 선발행 카드
염경엽 감독, "한현희는 불펜형, 조상우는 선발형"
넥센 히어로즈가 2년 연속 불펜 투수를 선발로 전환시키는 모험을 강행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해 2년 연속 홀드왕을 기록 중이던 한현희를 선발로 전향시켰다. 염 감독은 당시 "현희는 지금 갖고 있는 구종으로는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 선발을 하면서 더 많은 구종을 익히고 위기 관리 능력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현희 역시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고 선발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한현희는 지난해 선발로 17경기에 나와 8승4패 평균자책점 5.48을 기록한 뒤 후반기에는 다시 구원으로 돌아와 28경기 3승 10홀드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선발, 구원을 합쳐 넥센에서 2009년 이후 첫 토종 10승을 달성하는 등 가능성도 보였지만 시즌 피홈런 14개를 모두 좌타자에게 맞는 등 좌타 불안증이 컸다.
염 감독은 결국 한현희를 2016년에는 불펜으로 쓰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는데 한현희가 지난달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이 계획마저 틀어졌다. 염 감독은 6일 시무식 후 "마무리 캠프에서 투수 구상을 마쳤는데 한현희가 빠지면서 모든 곳이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새 얼굴을 찾는 대신 다시 믿음직한 필승조의 선발행을 택했다. 조상우는 지난해 한현희가 빠진 필승조에서 손승락과 고군분투하며 묵직한 공을 던져 70경기 8승5패 5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다. 한현희는 신인으로 입단한 2012년 선발로 나선 경험이라도 있지만 조상우는 입단 4년차에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다.
염 감독은 "한현희는 지난해 선발로 기용하긴 했지만 좌타자에 대한 한계가 뚜렷했다. 그런 불펜 유형의 투수를 선발로 길게 쓰는 것은 본인에게도 팀에도 결국 손해다. 하지만 조상우는 언젠가는 선발로 뛰어야 할 투수다. 올해 마무리를 한 번 시켜보고 딱 선발로 돌리고 싶었는데 조금 일찍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한현희는 한시적인 2015년용 선발이었다면 조상우는 연착륙할 경우 꾸준히 선발로 나설 수 있다는 의미. 넥센은 이로 인해 필승조가 비는 결과를 낳았지만 조상우를 성공시켜 선발진을 완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한 셈이다.
비슷한 점은 조상우 역시 한현희와 마찬가지로 선발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 조상우는 6일 "선발에 대한 꿈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항상 있었다. 언젠가는 하고 싶었다. 선발을 위해 살도 빼고 여러 구종을 캠프에서 몸에 익히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