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중간급 선수층 대거 정리
신예 육성 올인, 실패 되풀이 없다
형세를 응시하던 SK가 과감하게 바둑판을 비웠다. 당장의 성적에 미련을 두기 보다는 장기적인 롱런을 염두에 두고 포석을 다시 짠다. SK의 전략이 통할 수 있을지는 2016년 KBO 리그 순위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SK는 이번 오프시즌을 통해 선수단 면면이 크게 바뀌었다. 우선 팀 로스터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몇몇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난 선수들(정우람 윤길현 정상호)은 SK의 자의적인 뜻이 아니었다고 해도, 보류선수명단 제외, 혹은 조건 없는 방출이 유난히 많았던 오프시즌이라고 볼 수 있다. 오프시즌의 핵심은 후자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SK의 전략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SK는 총 10명의 선수를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이적을 희망한 박윤도 넥센행 길을 열어뒀다. 재계약이 무산된 외국인 선수 앤드류 브라운과 은퇴를 선언한 박진만을 빼더라도 9명으로 순수 방출로만 따지면 리그에서 가장 많다. 전략적인 부분은 투수와 야수를 나눠 살필 필요가 있다.
투수진에서는 엄정욱 이상열 이재영 이창욱 이한진 등 30대 선수들이 제외됐다. 베테랑들이라 경험을 생각하면 아쉬울 수 있지만 SK는 과감히 비워냈다. 야수진에서는 안정광 홍명찬 윤중환 박윤 등 아직 20대 후반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이들은 SK가 몇 년 동안 꾸준히 기대를 걸었던 선수들이었다. 1군에서 자리가 비면 가장 먼저 올라오는 선수들이기도 했다.
결국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SK의 포석이었다. 30대 투수들은 당장의 팀 전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자원들은 아니다. 20대 야수들은 기량 발전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렇게 앞선 수가 팀 성적을 위한 포석으로 발전하지 못하자 또 다른 수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형국이었다. 한 관계자는 “있으면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라고 인정했다. 결국 SK는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중간층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이에 젊은 선수들도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여기서 좀 더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면 1군으로 올라가는 길목이 순탄해진다.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구단이 신진급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달라진 점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는 같은 값이면 이미 기량이 검증된 기존 선수들을 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라고 일찌감치 독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렇게 새로운 대국을 시작하는 SK로서는 다른 팀에 비해 출발이 늦을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한 수 한 수를 신중하게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전의 실패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 바둑을 다시 시작하는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단의 짜임새 있는 전략, 그리고 그 전략을 현장에서 만들어가야 할 코칭스태프의 신중함과 과감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