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있는 자는 열심히 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열심히 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프로게이머'라는 인생의 길을 걸은 것도 결국 '돈' 보다는 '즐기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는 '돈' 보다는 '명예'와 본인의 '흥'을 선택했다.
2016시즌을 맞이해 롤챔스(이하 한국 LCK) 무대로 돌아온 '플레임' 이호종의 이야기다. 지난 2015시즌 시작을 앞두고 중국 LGD게이밍에 '잭팟'으로 불릴만큼 거액으로 계약했던 그는 2016시즌 자산의 운명을 LCK 무대에서 불태우기로 결정했다. 억대 계약으로 한국 LCK 무대에서 뛰는 11번째 억대게이머로 이름을 올렸지만 중국측에서 제안했던 금액 보다는 작았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돈'이 아니라 '재미'였다. 스스로 '재미'를 위해 중국측의 러브콜을 뒤로 한채 롱주 게이밍(이전 롱주 IM)에 합류했다.
한국 LCK 무대로 돌아온 '플레임' 이호종이 들려주는 LOL 이야기. 그가 자신의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한국으로 복귀를 결정하기까지 그의 심경을 OSEN이 7일 밤 서울 구로 오류동에 위치한 롱주게이밍 연습실에 들어봤다.

중국 LGD시절 이호종을 돌아보면 별로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단일팀 풀리그 체제로 개편되면서 중국으로 진출한 그는 팀과 특급 대우로 계약을 맺었지만 경기 출전 보다는 LGD게이밍에서 진행하던 스트리밍서비스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에이콘' 최천주의 백업 멤버로 평가 받기도 했다. LPL 서머시즌부터 출전 비중이 늘어나고, 롤드컵 2015시즌 조별리그 2라운드서 2승 1패의 성적을 거두면서 건재함을 보였지만 예전 '기장님'으로 불리면서 경기를 장악했던 이미지를 되돌리기에는 2%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년간 중국 생활을 이야기하면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다. 예전 CJ 시절은 사회생활이라기 보다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 같았는데. LGD게이밍 시절에는 말로만 들어왔던 사회 생활 전반적인 면이나 타국 문화 언어등을 실제로 체험하면서 많은 걸 돌아볼 수 있었다. 비록 떠났지만 지난 1년간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LGD 게이밍이 2016시즌 더 잘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SNS에 2015시즌 계약 종료를 알렸지만 2016시즌 계약이 가능했고, 팀에 남을 경우 전년 계약에 버금가는 금액에 남을 수 있음에도, 거기다가 롤드컵에서 보여줬던 모습에 중국 다른 팀들의 영입 요청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그는 단호하게 '한국에서 뛰고 싶었다'는 말과 "제 자리로 돌아온 것"이라는 말로 한국 복귀의 이유를 설명했다.
"애초에 한국팀을 떠나고 싶지 않았었다. 당시 나는 우리 블레이즈 팀원들과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게 좋았었다. 그리고 리그 체제가 개편되면서 블레이즈 팀원들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내가 그 팀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그러면서 경험 삼아서 외국팀을 가보고 싶었고 1년 뒤에 한국 팀에 복귀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실제 입 밖으로 내서 팀원들이 불편해 하더라(웃음). 내 실수였다. 시즌을 앞두고 전반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한국 선수들의 몸값이 떨어진 건 사실이었는데 그 와중에도 관심을 보여주신 쪽에는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특히 롤드컵 대회와 그 이후 대회서 괜찮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관심을 보여주신 것 같다. 그래도 한국에서 뛰고 싶었다. 한국 복귀는 결국 내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1시즌을 건너 뛰고 시작하는 LCK 리그에 대해 그는 외부의 시선 보다는 자신의 할일을 충실히 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을 계속 강조했다. 저평가 되고 있다는 시선에 대해 "사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하지는 않다. 하지만 폼을 끌어올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는 개의치 않는다"면서 ". 팀에 도움이 되는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우리 팀의 롤드컵 진출과 그 이상의 성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과 한국 리그의 차이를 설명해달라는 짖궂은 질문에 "나 자신만 이야기하면 떠나기 전이 더 좋았던 것 같다(웃음). 그래도 리그 자체의 수준은 좋은 선수들이 많이 합류해서 많이 좋아졌고 격차를 따로 말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전반적인 시스템이나 선수들의 마인드는 한국 선수들이 아직은 더 좋은 것 같다"면서 부드럽게 받아넘겼다.
롤드컵 무대에서 KT와 조별리그를 치러본 것이 한국 복귀의 결정의 계기가 됐다던 이호종은 롱주게이밍에서도 롤드컵 무대를 밟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KT와 롤드컵 경기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정말 잘하면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시에는 무슨 벽같은데 느껴지더라. 힘든 경기였다. 외국에서 한국인 선수 5명이 포진한 팀을 이기기는 진짜 쉽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한국에 돌아오자는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롱주게이밍에 합류 이후 팬들의 관심이 높다는 건 실감하고 있다.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나 만 잘하면 팀 성적은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한다. 시즌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롤드컵에 가는게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2013시즌 '기장님'으로 불리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 시절에 대해 묻자 그는 "이번 시즌은 나 보다는 팀을 위해 플레이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보다 안정적인 성향을 추구하고 싶다. 혼자서 내 문제점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금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데 주력하고 싶다. 내가 아직 문제없고, 건재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예전에는 분명 자만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끄러운 이야기도 나왔다고 생각한다. 항상 나한테는 논란이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이제는 처음 시작할 때 마음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겠다. 이번에 복귀한 한국 롤챔스에서 그런 논란을 잠재우고 싶다."
열정적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플레임' 이호종. 그가 펼쳐 보일 2016시즌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남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