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이미지냐 실리냐' 임창용 영입 둘러싼 딜레마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1.09 05: 55

구단 이미지 고려해 영입 주저
풍부한 경험과 여전한 기량은 희망
 임창용(40)의 선수생활 기회는 완전히 박탈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구단의 선택이다.

KBO는 8일 서울 도곡동 KBO 회의실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불법 해외 원정 도박 혐의가 있는 임창용과 오승환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다. 그 결과 한 시즌의 50%에 해당하는 출장 정지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2016 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72경기 동안 1군 및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한 시즌의 절반을 나오지 못하게 한 조치는 상당한 중징계다. 과거 다른 사례와 비교해도 엄중한 징계이다. 특히 우리나이로 이미 불혹을 넘긴 임창용에게는 타격이 크다. 그래도 한 시즌 이상의 자격정지를 부과하지 않은 것은 선수생활을 지속할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KBO리그 내 구단 중에 임창용을 데려가려는 팀이 있는지 여부다. 우선 그를 등록하려면 팀이 전반기부터 활용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 혹은 시간을 두고 키워야 하는 선수 중 하나를 육성선수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육성선수 계약은 임창용에게도 굴욕이기에 육성선수로 계약하려면 그의 의사가 다시 중요해진다.
이런 현실적인 면보다 중요한 것은 팀의 명예다. 전력 보강을 위해서라면 임창용 급의 투수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구단 이미지에 흠을 낼 수 있는 선수를 받아들이게 되면 단기적인 성적을 위해 프로 구단으로서의 가치를 포기한 구단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구단들이 임창용 영입을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단 하나만 꼽자면 72경기 출장 정지보다는 비난 여론에 대한 우려일 확률이 더 크다. 실제로 그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삼성을 뺀 나머지 9개 구단도 임창용 영입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는데, 하나같이 구단의 이미지를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지금은 모든 구단이 눈치를 봐야만 하는 단계다. 임창용이라는 매물이 나왔다고 해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 여론의 질타를 받기 쉽다. 한 번쯤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본심을 숨기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다.
앞으로 임창용이라는 이름이 화제의 중심에서 멀어지면 분위기를 살피다 영입을 타진하는 팀이 나올 가능성 또한 얼마든지 있다. 그가 지난해 5승 2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2.83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기에 더욱 그렇다. 실리 추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임창용은 아직 가치가 있는 투수다. 단 그를 얻으려면 어느 정도의 비난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