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KEB하나은행의 포워드 김정은(29)이 무거웠던 에이스의 훈장을 떼고 베테랑의 역할을 강조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8일 부천체육관에서 개최된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4라운드 홈경기서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를 69-58로 제압했다.
KEB하나은행은 이날 승리로 10승 10패를 기록하며 단독 2위로 4라운드를 마감했다. 샤데 휴스턴(28점 11리바운드)과 첼시 리(19점 10리바운드)가 골밑에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베테랑 김정은도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25분 35초를 뛰며 3점슛 2개를 포함해 8득점했다. 리바운드와 도움도 2개씩 곁들였다. 전성기 시절 김정은에 비하면 미미한 활약이었지만 부상 복귀 이후 치른 3경기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은 지난 2005년부터 KEB하나은행에서 뛴 레전드다. 팀의 성적은 최하위권일 때가 많았지만 10년 넘게 에이스를 자처하며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현재 김정은의 무릎은 성치 않다.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회복할지도 미지수다. 김정은은 올 시즌 팀에 합류한 '에이스' 첼시 덕에 무거웠던 '소녀 가장'의 훈장을 내려놓고 어린 후배들을 이끌 베테랑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정은은 "몸이 많이 안 올라와 불안하다. 무릎에 아직 힘이 안들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점차 나아지고 있다"면서도 "훈련을 잘 소화하지 못해 위험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팀이 어리다 보니 중심을 잡아주라는 주문을 받았다. 다치지만 않고 몸이 됐으면 첼시와 재밌게 농구를 했을 텐데 아쉽다"면서도 "이 팀에서 편하게 농구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많은 힘을 못 줘 미안한 마음이 있다. 아직까지 뛰다가 뜨끔거릴 때가 있어 벤치에 사인을 보내기도 한다"는 김정은은 "무릎 부상자의 심정을 알겠더라. 예전 기량이 안나와 답답하다. 밸런스도 무너지고 불안하다. 스스로 힘들어 했는데 내려놓아야 한다. 내 몸상태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자신의 달라진 역할을 인지했다.
올 시즌 부상으로 두 달여 동안 전력에서 이탈했던 김정은은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처음엔 승승장구했지만 어린 선수들이라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심적으로 힘들어 했다. 내가 복귀해서 그런지 굉장히 열심히 하려고 해서 나 또한 힘을 얻는다"고 고마움을 표했다./dolyng@osen.co.kr
[사진] 부천=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