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시대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박종천 KEB하나 감독은 “할머니들은 이제 갈 때가 됐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변연하(36, KB스타즈), 이미선(37, 삼성생명), 임영희(36, 우리은행) 등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노장 선수들의 아성을 넘을 때가 됐다는 것. KEB하나가 강이슬, 김이슬 등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할머니 파워’는 대단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4연패를 주도하는 임영희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시즌 임영희는 평균 11.5점을 올렸다. 올 시즌에는 평균 14.1점으로 득점력이 오히려 더 좋아졌다. 2012-2013시즌 평균 15.4점을 넣은 뒤 가장 높은 수치다. 임영희는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할머니’란 평가가 무색하다.

춘천 우리은행 한새는 9일 구리시체육관에서 벌어진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서 구리 KDB생명 위너스를 68-57로 제압했다. 13연승을 달린 우리은행(19승 2패)은 단독선두를 질주했다.
임영희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경기였다. 임영희는 전반전까지 4점으로 활약이 미비했다. 우리은행도 29-30으로 끌려다녔다. 임영희는 가장 중요한 4쿼터에만 8득점을 몰아쳤다. 임영희는 종료 2분 30초를 남기고 13점을 달아나는 쐐기 3점포를 꽂아 승부를 갈랐다. 그녀가 올린 16점 중 대부분이 승부처에서 나온 매우 귀중한 득점이었다.
올 시즌 임영희는 21경기 중 17경기서 10점 이상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12연승기간 동안 임영희는 경기당 최소 11점 이상을 올렸다. 20점 이상 올린 경기도 네 번이나 된다. 6일 KB스타즈전에서 임영희는 시즌 최다 28점을 폭발시켰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회춘이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임영희가 확실히 체력적으로 힘들어한다. 그래도 승부처에서 한 건씩 해준다”며 믿음을 보였다. ‘할머니 발언’의 당사자 박종천 감독은 “그래도 임영희는 임영희다. 다음 시즌에는 우리도 할머니를 영입해야 할 것 같다”면서 쓴맛을 다셨다.
임영희가 건재한 이상 우리은행의 아성은 쉽게 허물어질 것 같지 않다. 올 시즌에도 우리은행이 최강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