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앞세운 계약, 마에다에 굴욕 안긴 다저스
아시아권 투수들의 '나쁜 선례' 만든 마에다
아시아권 투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마에다 겐타(LA 다저스) 이전과 이후로 나뉠 듯 보인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와 정식 입단 기자회견을 가진 마에다의 계약 조건은 처음 보도됐을 때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미일 3국에서 모두 화제가 되고 있다. 객관적 뿐 아니라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권 선수들과 비교해서도 낮은 금액이기 때문.
마에다는 계약 기간 8년 연봉 보장 총액 2500만 달러(약 300억 원)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매년 1015만 달러의 옵션이 따로 붙는다. 개막전을 메이저리그 엔트리 안에서 포함하면 15만 달러, 32경기에 등판하면 650만 달러, 200이닝 이상 던지면 350만 달러를 받게 된다.
2500만 달러가 결코 적은 돈이 아님에도 그의 계약이 굴욕 계약, 노예 계약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협상 조건 때문이다. 마에다는 1년 보장 연봉 300만 달러를 받지만 그는 지난해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도 3억 엔의 연봉을 받았다. 그의 몸값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미국으로 무대만 옮기는 셈이다.
'LA 타임스'는 그의 입단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선수들의 연봉이 치솟는 이적 시장에서 팀에 이렇게 유리한 계약은 매우 드물다. 본래 연봉은 과거의 성적을 근거로 선출하는 것이지 미래를 예상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메이저리거라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계약이다. 이런 일이 트렌드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했다.
마에다는 매년 32경기, 200이닝 이상을 소화해야 옵션 금액을 받게 된다. 옵트 아웃 조항도 없어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저스가 원하는 경우 8년을 이 조건으로 계속 던져야 하는데 아시아권 투수가 5선발 로테이션을 가진 메이저리그에서 풀 시즌을 8년 이상 소화한 경우는 거의 없다.
마에다 이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소프트뱅크 호크스),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가 모두 팔꿈치에서 이상을 보였고 마에다 역시 팔꿈치 이상 증세를 인정했기에 그에게 도박을 걸고 싶지 않았던 다저스의 의견은 존중할 만하다. 그러나 앞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일본인 투수들은 일단 계약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선례'가 생겼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다.
이는 한국인 투수들도 마찬가지. 류현진(LA 다저스)은 팔꿈치보다도 회복이 어렵다고 알려진 어깨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빨리 접었다. 입단 때부터 어깨에 이상이 있었다는 점도 스스로 인정하고 말았다. 앞선 선배들의 부상과 마에다의 노예 계약으로, 앞으로 아시아권 투수들 중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선수가 있다면 '평가 절하'를 감수해야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겼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