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두산·LG, 스프링캠프 눈앞에 두고도 외인영입 진행 중
세 구단 모두 이례적으로 느린 MLB 스토브리그 상황 보며 대어 물색 중
“아무나 데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스프링캠프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세 팀이나 선수단 구성에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 2연패를 노리는 두산, 올해는 기필코 가을잔치 티켓을 따내려는 한화, 악몽 같았던 2015년을 지우려는 LG가 여전히 외국인선수를 물색 중이기 때문이다.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세 팀 모두 수준급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 5일 “외국인 두 자리가 계속 고민이다. 선수가 없다. 캠프 시작 때까지 영입을 마치면 좋은데 그렇다고 아무나 데려올 수 없다. 작년처럼 되면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뽑아야 한다”며 팀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외국인선수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한화는 지난해 맹활약을 펼친 에스밀 로저스와 재계약, 외인선수 세 자리 중 한 자리만 채운 상태다. 한화는 로저스와 외인 원투펀치를 이룰 선발투수, 그리고 클린업에 자리할 타자를 찾고 있다. 지난해 한화는 탈보트·모건·유먼으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탈보트 홀로 시즌을 완주한 바 있다. 작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활약을 보장할만한 선수를 뽑으려 한다.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으로 외인 원투펀치 구상은 마쳤다. 그러나 외국인타자 영입에 시간이 필요하다. 수년간 팀 공격을 이끌었던 김현수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타자의 활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두산은 타이론 우즈 이후 뛰어난 외인타자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9시즌 왓슨, 2015시즌 루츠와 로메로 모두 기대 이하였다. 2014시즌 칸투가 전반기까지 기대치를 충족시켰지만, 후반기 깊은 부진에 빠지며 제 역할을 못했다. 때문에 이번에는 어떻게든 악순환의 꼬리를 끊으려 한다. 두산 역시 한화처럼 클린업에서 타선에 힘을 실어줄 타자를 원한다.
LG는 지난해 뛰었던 헨리 소사·루이스 히메네스와 올해도 함께 한다. 다만 루카스 하렐이 팀 동료와 융화되는 면에서 아쉬움을 보였고, 제구난조로 자멸하면서 새 외인투수 영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6일 새 외국인투수 영입 진행상황을 묻자 “진행상황은 아직 없다. 마음에 드는 선수는 여러 명 있는데 지금은 계약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무조건 잘 던지는 투수가 왔으면 좋겠다. 좌투수 우투수에 대한 편향은 없다”며 사실상 루카스와 재계약이 아닌 다른 투수와 계약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전했다.
이대로라면 두산·한화·LG 모두 스프링캠프 도중 외국인선수를 영입할 확률이 높다. 보통은 스프링캠프에 앞서 당해 선수단 구성을 끝낸다. FA영입과 외국인선수 영입, 그리고 연봉협상까지 모두 마무리한 상태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메이저리그가 이상기후다.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가 너무 느리게 진행되면서, KBO리그 외인영입이 지체되고 있다. 크리스 데이비스·요에니스 세스페데스·저스틴 업튼·덱스터 파울러·천웨인·요바니 가야르도·이안 케네디 등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다. 이 중 데이비스·세스페데스·업튼은 1억 달러가 넘어가는 대형계약을 맺을 확률이 높다. 천웨인 역시 에이전트가 1억 내외의 계약을 원하고 있다. 팀 전력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은 대어인 만큼, 구단 간의 영입경쟁이 벌어지는 게 보통인데, 아직까지도 물밑 작업만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 대부분의 구단도 전력 구상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한 이대호와 오승환의 종착역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2016시즌 선수단 구상이 확정되면, 40인 로스터 정리가 이뤄지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팀들이 로스터를 건드리지 못한다. 경우에 따라, 2016시즌 40인 마지막에 자리한 AAAA급 선수를 로스터에 넣어야할 수도, 아니면 제외해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KBO리그 구단의 높아진 눈을 충족시켜줄 외인이 AAAA급 선수란 점이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선 맹활약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고전하는 정도는 돼야 활약을 장담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활약한 외인들만 돌아봐도 그렇다. 2011시즌 KBO리그 첫 해부터 맹활약한 니퍼트는 2010시즌 텍사스 레인저스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KBO리그를 지배한 에릭 테임즈도 마이너리그에선 유력한 MVP 후보였다. 지난해 시작부터 끝까지 활약한 조쉬 린드블럼·에스밀 로저스·짐 아두치 모두 마이너리그에선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는 이들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예전처럼 50, 60만 달러에 계약할 수 있는 외인선수는 지금도 얼마든지 영입할 수 있다. 하지만 KBO리그 대부분 팀들의 눈이 높아졌고, 투자액도 올라갔다. 아무나 활약을 장담할 수 없기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며 “외국인선수 시장은 시시때때로 변한다. 메이저리그가 2월 중순부터 스프링캠프에 들어가는데, 그 전까지는 우리가 점찍어둔 선수 중 몇 명은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정 안되면 이왕 늦어진 거 3월말까지 기다려볼 생각도 있다. 메이저리그는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다시 40인 로스터를 조정한다. 개막전 로스터를 확정짓기 위한 작업인데 이게 3월말에 이뤄진다”며 “스플릿으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했다가 스프링캠프 경쟁에서 뒤처진 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맞이한다. 이런 선수 중에 알짜가 나올 수 있다. 우리 리스트에 있었던 선수 중 한 명도 현재 스플릿으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상태다”고 밝혔다.
아무리 시장이 느리게 진행되도 결과는 나온다. 2012년 빅리그서 5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프린스 필더는 끝까지 인내한 끝에 1월 26일 9년 2억14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번 스토브리그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확률이 높다. 뛰어난 선수가 팀을 찾지 못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두산·한화·LG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특급 외인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인 세 팀이 달콤한 인내의 열매를 바라고 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