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최강 불펜에도 5선발 구성 고민
윤규진도 후보, 모든 가능성 열어놓아
"우리 선발 5명을 뽑아보라".

한화가 '5강 이상 강팀으로 평가 받는다'는 물음에 김성근 감독이 내놓은 대답이다. 김성근 감독은 "코치들에게 우리 선발 5명을 뽑아보라고 했다. 냉정하게 보면 선발투수 중에서 확실하게 해줄 수 있는 건 로저스 하나뿐이다.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은 지금 시점에서 없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제대로 된 윤곽이 없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김 감독은 지난해를 돌아보며 "선발투수가 무너지니까 뒤에서 던져야 할 투수들이 앞으로 와버렸다. 내가 처음 그렸던 팀이 되지 않았다"며 선발진 붕괴를 뼈아픈 요소로 꼽았다. 실제로 한화는 지난해 선발 평균자책점(5.25), 투구이닝(4⅔) 모두 리그 9위에 그쳤다.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선발이 조기강판된 것도 67경기로 최다 2위였다.
올 시즌 한화는 FA 정우람·심수창에 송신영·이재우까지, 즉시 전력 선수들이 대거 영입됐다. 특히 정우람이 가세한 불펜은 기존의 박정진·권혁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더해 리그 최강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선발이 지난해처럼 제대로 버텨주지 못하면 아무리 불펜이 강해도 쓰임새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성근 감독도 이 부분이 가장 고민이다. 에스밀 로저스와 재계약하며 확실한 에이스를 지켰고, 토종 10승 안영명까지 2명의 자리는 확실하다. 그러나 나머지 3자리는 변수로만 채워져 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있고, 나머지 토종 투수들도 김 감독의 높은 기준에 확신을 심어주기에는 모자라다.
김 감독은 "배영수와 이태양은 재활 중이기 때문에 어떻게 계산을 할 수 없다. 잘되면 좋지만 안 될 경우도 생각해 놓아야 한다. 송은범도 확실하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FA로 선발·구원 모두 가능한 심수창을 데려왔고, 2차 드래프트에서 지난해 주로 선발로 던졌던 송신영을 보험용으로 영입해둔 것이다.
여기에 김 감독은 지난해 불펜에서 활약한 윤규진까지 선발투수 후보에 넣고 있다. 김 감독은 "정우람도 왔고, 뒤에 5~6명이 있을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 윤규진이 앞(선발)에 갈 수도 있고, 뒤(구원)로 갈 수도 있다. 캠프에서 윤규진의 어깨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고, 긴 이닝이 되는지도 봐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윤규진은 데뷔 초 선발로 활약하며 완투승 경험이 있고, 지난 2년간 불펜에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내구성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불펜으로 불규칙적인 등판보다 등판 일정이 보장되는 선발이 관리 면에서는 나을 수 있다는 판단. 물론 당장 보직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모든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지금 정해놓은 게 없다. 캠프에서 모든 가능성을 볼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의 5선발 고민이 어떻게 해결될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