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손승락과 인연, 다시 만났다
"원래 난 셋업맨, 마무리 욕심 없다"
SK 와이번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우완투수 윤길현(33)은 이번 겨울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14년 정들었던 팀을 떠나 부산까지 내려온 윤길현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봄을 기다리고 있다.

윤길현이 롯데 선수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첫 인사를 한 건 11일 시무식이다. 사직구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윤길현은 함께 FA로 이적한 손승락, 그리고 최영환·박한길과 함께 동료들 앞에 섰다.
시무식이 끝난 뒤 윤길현은 "처음에는 '내가 마무리를 맡겠다' 싶었는데, 다음 날 손승락 선수 영입이 발표돼 '셋업맨을 하겠다'고 마음이 바뀌었다"면서 "원래 난 셋업맨이었다. (롯데에서) 내가 하던 일을 하게 돼서 부담은 많이 덜었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 롯데는 윤길현과 손승락을 FA로 영입, 경기 후반 2이닝을 맡기게 됐다. FA 시장에서 여러 구단의 구애를 받았던 윤길현이지만, 롯데를 선택하게 된 이유로 "구단에서 '팀에 부족한 부분이 불펜이니 많은 부분을 채워줬으면 한다'고 간곡하게 부탁하더라. 그 부분이 진심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일단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전혀 아쉽지 않다"고 말한 윤길현은 "롯데 불펜이 약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 멤버도 SK에 뒤질 게 전혀 없다. 체력을 보강해서 정비하면 나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길현의 롯데행에는 조원우 감독의 영향도 있었다. 작년 SK에서 수석코치로 일했던 조 감독에 대해 윤길현은 "우리가 막판 5강 싸움에서 이겼는데, 수석코치(조원우 감독)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포기하자 마라'라는 말을 거의 세뇌 하셨는데, 그 덕분이다. 감독님이 계셔서 롯데를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윤길현은 재미있는 인연을 소개했다. "다른 팀과 경기를 할 때 더그아웃까지 인사 드리러 가는 선수가 둘 있었는데, 정대현 선배와 손승락 선배였다. 마침 롯데에서 만나게 됐다. 정대현 선배는 SK 있을 때부터 친했고, 손승락 선배는 고등학교(대구고) 1년 선배였다. 그때 잔심부름 해준 인연이 있다"며 웃었다.
롯데 선수로 공식 인사를 한 건 이날이 처음이지만, 앞서 팬들과 함께하는 자선행사에는 빠짐없이 함께 했었던 윤길현이다. 그 때를 떠올리며 윤길현은 "롯데 팬들의 야구사랑이 이렇게 큰지 처음 알았다. 롯데를 정말 많이 사랑하시는 것 같았다. 덕분에 적응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고 감사인사를 했다. /cleanupp@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