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처럼 변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불혹의 나이에도 안주보다 변화를 선택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푹 쉬면서 운동도 하면서 알차게 보냈다. 올해는 무리하기보다 안정적으로 비시즌을 보냈다. 웨이트 트레이닝만 해도 다소 가볍게 부상을 피하고자 했다". 11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이승엽에게 근황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비교적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이승엽은 이어 "스윙의 큰 틀은 바뀌지 않겠지만 지난해 데뷔 후 최고의 타율(.332)을 기록했으나 부상도 있었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약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시즌을 앞두고 타격 자세를 일부 수정했던 이승엽은 개막전까지 최상의 타격 자세를 만들기 위해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다.

"좋은 외국인 투수들이 많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 대응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야구는 실패의 경기인데 모든 선수들이 실패를 하지만 어떻게 하면 실패를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정규 시즌 개막전(4월 1일)까지 완벽한 자세를 만들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2년간 총액 3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이승엽. 그에게 계약 기간은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준비 기간과도 같다.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는데 건강한 모습으로 뛰면서 팬들에게 내가 가진 퍼포먼스를 많이 보여드리고 최선을 다해 모든 분들이 만족할 만한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이어 "그만 두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건 모든 분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 그만 두는 날까지 어느 만큼 노력을 하느냐 결과를 남기느냐에 따라 위치를 가늠하는 것이라 본다. 남은 2년간 최선을 다해 이제 내게 긴 시간이 아니기에 야구장에서 모든 걸 해보고 후회없이 떠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에게 FA 계약 첫해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선수라면 매 시즌 매 경기 매 타석 중요하고 절실하다"고 대답했다.
정상 등극. 이승엽이 세운 유일한 목표다. 그는 "지금처럼 최선을 다할 것이고 주변에서 올 시즌 힘들지 않냐고 하시는데 야구는 워낙 의외성이 있는 종목이고 누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야구공은 둥글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듯 프로 선수는 4강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프로에서는 1등만 인정받는다. 1등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는 좌우 펜스 거리가 짧아 타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그만큼 홈런 생산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승엽은 "배트 중심에 맞아야 홈런이 나온다. 최근 들어 투수들이 좋아지는 추세다. 펜스 거리가 짧아진다고 해도 홈런이 나올 확률은 높아져도 꼭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은 내 타격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