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박병호 놓친 STL, 오승환 잡은 이유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1.12 05: 54

강정호·박병호 영입 경쟁에서 포스팅 금액 2위로 좌절
류현진·강정호 활약 정상급 KBO리거 체감...셋업맨으로 기용 예정
세 번의 실패는 없었다. 2년 연속 한국선수 포스팅에서 쓴 맛을 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오승환(34)을 영입했다.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12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에서 오승환 영입에 따른 공식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서 오승환의 계약기간도 공개됐는데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와 1+1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인 2017년 계약은 팀옵션으로, 세인트루이스 구단이 옵션을 행사할 권리를 지녔다.
세인트루이스는 2014년 겨울 강정호, 2015년 겨울 박병호의 포스팅에 참가했다. 세인트루이스가 포스팅으로 적은 금액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포스팅 낙찰 금액과 근접했다고 보고 있다. 피츠버그는 포스팅 금액 500만2015달러로 강정호에 대한 독점협상권리를, 미네소타는 포스팅 금액 1285만 달러로 박병호에 대한 독점협상권리를 얻었다. 반면 세인트루이스는 강정호와 박병호 포스팅 경쟁 모두 두 번째로 높은 금액를 적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강정호를 놓친 게 치명적이었다. 세인트루이스와 피츠버그는 같은 디비전인 만큼, 양 팀은 일 년에 19번을 맞붙는다. 그리고 강정호는 2015시즌 세인트루이스와 15번의 만남에서 타율 3할2푼7리(52타수 17안타) 2홈런 7타점 10득점 OPS 0.916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강정호는 5월 4일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을 상대로 빅리그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일주일 후 5월 11일에도 세인트루이스 좌투수 타일러 라이온스에게 솔로포를 터트려 시즌 2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강정호는 7월을 기점으로 대폭발했다. 이 장면을 본 세인트루이스 존 모젤리악 단장은 강정호를 놓친 것을 두고 땅을 치며 후회했을 것이다. 
KBO리그 특급 타자의 위력을 실감한 모젤리악 단장은 박병호 포스팅에도 1100만 달러 이상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는 또 꽝이었고, 셋업맨이 필요했던 팀 사정을 감안해 오승환으로 눈을 돌렸다. 셋업맨을 찾고 있는 뉴욕 메츠, 보스턴 레드삭스도 오승환 영입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세인트루이스가 내건 조건에는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와 박병호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포스팅을 거쳤지만, 오승환은 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 에이전트와 협상을 통해 경쟁 팀의 배팅금액을 알 수 있는 만큼, 세인트루이스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세인트루이스가 오승환을 잡은 이유는 두 가지다.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 특급선수들의 활약을 체감했고, 불펜 보강도 필요했다.
세인트루이스는 2013년 챔피언십시리즈, 2014년 디비전시리즈에서 LA 다저스와 만났고,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호투를 펼쳤다. 이어 지난해 세인트루이스는 피츠버그 강정호에게 시즌 내내 호되게 당했다. KBO리그서 특급 활약을 펼친 선수라면, 빅리그서도 통한다는 계산이 성립됐을 것이다. 오승환은 21세기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다. 
일단 당장 오승환이 마무리투수로 뛸 확률은 낮다. 2016시즌에도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투수는 로젠탈이다. 그런데 로젠탈 앞에 자리할 투수가 물음표다. 조나선 브록스턴과 조던 월든이 셋업맨 후보인데 월든은 어깨 부상으로 미래가 불투명하다. 2015시즌에도 부상으로 인해 10⅓이닝만 소화했다. 브록스턴은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은 후, 이번 겨울 세인트루이스와 2년 7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그런데 브록스턴도 2012시즌과 2013시즌 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2년 동안 어느 정도 전성기의 모습을 찾았지만, 브록스턴에게 풀타임으로 셋업맨을 맡기기는 불안한 부분이 있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2016시즌 필승조를 세스 마네스·케빈 시그리스트·브록스턴·오승환·로젠탈로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의 기대치를 충족시킨다면, 로젠탈 앞에서 승리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편 오승환은 2년 전 뉴욕 양키스의 관심도 받았다고 한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2013년 겨울, 양키스는 오승환이 한신과 계약하기에 앞서 오승환 영입에 흥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 drjose7@osen.co.kr
[사진] MLB.com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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