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SK 프리뷰2] 신재웅, SK 신의 한 수로 거듭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1.12 06: 00

트레이드 당시에도 ‘숨은 진주’였다. SK의 회심의 한 수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더 급박해졌고, 의지하는 부분도 더 커졌다. SK 불펜의 핵심 중 하나인 신재웅(34)의 이야기다. 회심의 한 수가, 올해는 신의 한 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SK의 명운이 걸렸다. 신재웅도 만반의 준비로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SK는 지난해 7월 LG와 3대3트레이드를 벌였다. 당시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확실했던 SK의 승부수였다. 여건욱이라는 선발감, 임훈이라는 견실한 외야수, 그리고 빠른 공을 갖춘 매력 있는 왼손 불펜 자원인 진해수를 내줬다. 대신 영입한 선수가 거포 자원인 정의윤, 베테랑 왼손 투수 신재웅, 그리고 유망주 투수 신동훈이었다. 성사 단계부터 “양쪽의 윈윈 트레이드가 될 수 있다”라고 평가받은 가운데 SK도 쏠쏠한 재미를 보며 극적인 5강 진입에 성공했다.
여론의 포커스는 정의윤에게 맞춰져 있었다. 실제 정의윤은 이적 후에만 14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SK의 4번 공백을 말끔하게 정리했다. 그러나 트레이드 당시 가장 진통이 있었던 카드가 바로 신재웅이었다. 정의윤을 확보한 상황에서 내친 김에 SK는 신재웅을 강력하게 원했다. 반면 LG는 웬만한 출혈로는 신재웅을 내주지 않으려 했다. 이에 SK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판을 벌였다. 1군 선수 세 명을 넘겨주는 대가로 요구를 관철시켰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 신동훈을 더 얹는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신재웅에 대한 SK의 기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왼손 불펜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SK였다. 정우람 외에 믿을 만한 자원이 없었다. 진해수는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황으로 좀처럼 1군에 오르지 못했다. 부상에서 막 복귀한 박희수는 ‘취급주의’ 딱지가 붙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재웅은 SK 이적 후 1이닝을 소화하는 불펜으로 코칭스태프의 선택지를 넓혀줬다. 성적 이상의 효과였다. 그리고 이제는 정우람이 없다. 구단 내부에서는 “그 때 신재웅을 데려오지 못했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구단의 기대치, 자신의 임무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신재웅이다. 베테랑다운 상황 파악이다. 지난해 성적에 만족하지 못한 신재웅은 가고시마 특별캠프에 자원했다. 신예 선수들 위주의 캠프였지만 신재웅은 과감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충대충 한 것도 아니었다. “캠프 최선임으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됐다”라는 칭찬이 자자할 정도로 성실히 훈련을 했다. 투수조 신예들은 “신재웅-박정배 선배가 너무 열심히 하셔서 우리도 쉴 틈이 없었다. 경기장 밖에서는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시기도 했다. 참 고마웠다”고 입을 모은다.
신재웅으로서도 많은 것을 얻은 캠프였다. 신재웅은 캠프 당시 “지나고 나서 보니 지난 시즌은 후회가 남는다. 그나마 포스트시즌에 참여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서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마무리캠프가 없어 너무 쉬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찍 준비하기 위해 캠프에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재웅은 “러닝이 너무 힘들었지만 나름 열심히 했고 많은 것을 얻었다. 끝나고 보니 만족스럽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힘찬 2016년을 준비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몸 관리는 더 철저해졌다. 신재웅은 “젊은 선수들은 쑥쑥 늘어가는 것이 보이더라. 체력적으로 좋다보니 젊은 선수들의 회복력을 따라가기가 힘들더라”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야구 인생의 남은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 그만큼 더 열정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후배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와도 같다. 신재웅이 7·8회를 막을 수 있는 전천후 선수가 되어야 SK도 정우람의 공백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어쩌면 당시 트레이드의 가장 빛나는 수확은 정의윤이 아니라 신재웅이 될 수도 있다.
2016년 프리뷰
정우람이 떠난 상황에서 SK는 마무리 후보로 여러 명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구위가 정상이라는 가정 하에 박희수가 일단은 유력한 상황. 결국 신재웅은 다른 필승조 요원과 함께 7·8회에 마운드에 오르는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에서는 왼손 투수 중에서는 가장 급박한 상황에 나설 선수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코칭스태프가 파악하는 신재웅의 장점은 구위 외에도 왼손과 오른손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언제든지 세 타자 이상을 상대할 수 있는 지속력과 연투 능력이다. 신재웅도 체력적인 면은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출전 경기(61경기)를 넘어서는 시즌을 보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성공이다. 성적까지 따라온다면 덤이다. 부상이 없다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홀드(2015년, 9홀드) 기록은 무난히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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