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 경력 10년 이상의 엔지니어, 영하 35도 이하의 극한, 1.4초만에 6000rpm 도달. 이는 모두 기아차가 7년 만에 2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오는 ‘올 뉴 K7’의 진화를 위해 거친 개발 요소들이다.
11일 기아차는 신형 ‘K7(올 뉴 K7)’ 출시에 앞서 출입 기자들을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로 초청, 신형 ‘K7’를 통해 최초로 선보이는 전륜 8단 자동변속기와 크렐 오디오 시스템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 미국 최상급 프리미엄 오디오 '크렐' 최적화

신형 ‘K7’의 제원과 특징에 대한 상품 설명을 들은 뒤 향한 곳은 전자연구동이었다. 이곳에서는 음향시스템을 비롯해 차량 오디오,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안테나 등 인포테인먼트 기능 전반의 개발과 개선 작업이 이뤄진다.
가로세로의 갈색 흡음재들로 채워진 반무향실에 준비된 신형 ‘K7’에는 음질개발을 위한 장치들이 설치돼 있었다. 조수석에는 각각의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소리를 모아주는 6개의 마이크가, 뒷좌석 문 옆에는 오각형의 음향 위치 추적 장치가 놓여 있었다.
이승호 음향감성개발파트 파트장의 설명에 따르면 조수석의 마이크는 각 스피커에서 나오는 주파수 대역을 수집하며 음향 위치 추적 장치는 스피커 외에서 발생하는 잡음을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음향 위치 추적 장치는 정가운데에는 카메라가, 그 주변은 30개의 램스 마이크로 구성돼 있으며 스피커가 아닌 곳에서 나오는 잡음을 마치 열 추적 장치처럼 모니터에 나타내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과정에서 기아차와 크렐의 엔지니어가 협업, 최상의 소리를 내기 위한 조율을 거친다. '크렐(KRELL)'은 미국 최상급 오디오 브랜드로, 신형 ‘K7’에는 출력 50W의 11개 크렐 스피커와 외장 앰프가 탑재됐다. 기아차는 크렐의 콘셉트에 생동감 있는 음질 전달을 원했고, 이를 위해 크렐은 신형 ‘K7’만을 위한 스피커 디자인을 고안했다. 크렐의 설계에 따라 앰프만 현대 모비스가 제작하며 나머지는 미국에서 크렐의 부품들을 수입해오는 식이다.
이승호 음향감성개발파트 파트장은 “요리에서 재료와 요리사가 중요하듯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중요하다”며 “신형 ‘K7’ 크렐 오디오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은 중요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튜닝 경력을 갖췄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크렐이라는 좋은 재료로 좋은 소리를 만들어냈다”고 자신했다.
▲ 개발기간 3년 2개월, 국내외 143개 특허 출원 '전륜 8단 자동변속기'
이어 찾은 곳은 파워트레인 1동. 기아차가 전세계에서는 일본 아이신과 독일 ZF에 이어 3번째, 완성차로는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전륜 8단 자동변속기의 개발 과정을 엿보기 위해 찾은 곳이다. 신형 ‘K7’의 8속 변속기뿐만 아니라 지난 12월 출시한 ‘EQ900’의 테스트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자동변속기는 운전자 대신 기계가 알아서 변속을 해주는 만큼 ‘자연스러움’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기아차는 ‘실차 4wd 자동 변속감 시험기’에 실제 모델을 올려놓고, 실도로 주행 조건을 재현해 상황에 따른 변속감 최적화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기의 특징은 4개 바퀴에 모두 동력을 전달해 각 바퀴마다 별도로 회전이나 토크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좌우 회전 등 다양한 실도로 주행 조건을 구현할 수 있다.
또, 실제 모델을 장비에 올려서 시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차체와의 조합 등 최종적인 테스트가 진행되며 시험 항목 코드화 제어기(로봇 운전)로 자동 점증과 반복 테스트를 거치기 때문에 단기간에 운전자가 실도로에서 겪을 수 있는 많은 시험을 실내에서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엔진과 달리 변속기 내부 오일은 윤활, 냉각 기능과 더불어 클러치에 토크를 전달하는 작동유의 기능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험도 실시된다. 유압 장비 7개 및 총 15개의 시험장비로 다양한 주행 환경을 묘사해낸다.
이창욱 자동변속기시험팀 변속기성능 파트장은 “변속기 내부 오일은출발, 제동, 선회 등으로 오일이 출렁이게 되나 이런 상태에서도 필터와 오일 펌프를 거쳐서 안정적으로 클러치에 공급돼야 한다”며 “쉽게 예를 들면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마실 때 누군가 컵을 흔드는 상황과 같다. 이런 도로 조건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파트장에 따르면 영하 40도, 좌우 선회 시 전륜 변속기에 부하되는 1.7g의 중력, 뉘르부르크링 서킷 주행 이상의 극한 주행, 무한대 가/감속, 1.4초 만에 6000rpm 이상 도달 등 실차 주행 조건보다 더 가혹한 환경에서 변속기 성능을 시험한다.
이날 기자들이 방문하기 하루 전부터 가동한 영하 41, 40도의 극존 챔버 내부를 직접 볼 수 있었다. 변속기는 고드름보다도 꽝꽝 얼어있어 보고 있는 것만으로 피부가 붙어버릴 것 같았다. 변속기는 이러한 조건에서도 작동을 하고 있었다. 이 파트장은 “현대기아차의 차량이 러시아나 북유럽에도 수출되기 때문에 극존에서의 운전성능도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면 변속기 내부 오일의 점도가 높아지는데, 영하 30도 이하의 환경에서는 젤리처럼 변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8단 자동변속기에는 별도 개발한 저점도 오일이 사용된다.
신차 출시 때 흔히 접하게 되는 ‘동급 최고’ ‘동급 최초’란 표현은, 쉬운 수식어 같지만 말 그대로 ‘동급 최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이날 현대기아차 총괄 PM 담당 정락 부사장은 신형 ‘K7’을 소개하며 “차세대 프리미엄을 향한 일념통천(一念通天)의 열정이 담긴 결정체”라며 “국산 최초이자 동급 대비 최고 성능의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고, 프리미엄 준대형 세단 이상의 품격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fj@osen.co.kr
[사진] 반무향실에서 음향 테스트 중인 신형 'K7'(위), 변속감 시험 중인 신형 'K7'./기아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