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리그서 컨디션 점검, 플로리다 조기 합류
'야구 집안'으로 진지함도 갖춰, 의욕-성격은 OK
아직 국내 구단들의 전지훈련이 시작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캠프지에 도착해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는 선수가 있다. SK의 새 외국인 야수 헥터 고메즈(28)가 그 주인공이다. 기량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의욕 하나는 시작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시즌 동안 고국인 도미니카에 머물던 고메즈는 팀 동료들보다 한발 앞서 SK의 1차 전지훈련이 열릴 플로리다에 도착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비자 발급 등 몇몇 서류적인 절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외국인 선수들이 본진 합류에 맞춰 전지훈련에 참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고메즈는 2~3일의 시간이 아까워 먼저 플로리다로 향해 행정적인 업무를 마무리하고 있다. 흔쾌한 행보에 구단이 놀랐을 정도다.
SK와 총액 65만 달러에 계약한 고메즈는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수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2년간 내야수들의 부상 및 부진에 고전했던 SK로서는 회심의 카드이기도 하다. 김용희 감독도 “어떤 포지션에도 다 들어갈 수 있다. 타순도 마찬가지다. 1번부터 6번까지 모두 기용할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를 걸고 있다. 팀에서는 삼성에서 지난 2년간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야마이코 나바로의 모습을 바라고 있다.
기량은 직접 점검을 해봐야겠지만 야구를 대하는 자세나 태도, 그리고 의욕과 성실성에서는 “도미니카 출신답지 않다”라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도미니카 출신 선수 중 몇몇은 빼어난 기량과는 별개로 지나치게 ‘용병 의식’을 가져 팀 분위기와는 융화되지 못하는 선수도 있었다. 삼성이 계약을 포기한 나바로도 훈련 시간에 지각하거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구단 및 코칭스태프가 화를 삭였던 경우였다. 감정에 지나치게 충실하다는 점도 때로는 문제가 되기도 했다. 같은 기량이면 ‘미국 출신 백인’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그러나 고메즈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팀 융화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고메즈의 기량은 물론 성품까지 면밀히 조사한 SK는 “아주 조용한 편은 아니지만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일상생활도 얌전하다. 백인인 크리스 세든, 메릴 켈리와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여기에 ‘야구 집안’으로 야구에 대해서는 매우 진지하다. 고메즈는 아버지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으며 형제들도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거나 혹은 현재 메이저리그 팀 조직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야구에 대한 기초 교육은 확실한 셈이다.
한국 무대에 임하는 각오도 대단하다. 몸을 확실하게 만들었다. 고메즈는 계약 후 구단에 "윈터리그에 뛰어도 되겠느냐"라고 물었다. 보통 윈터리그에 참가하는 것은 돈 때문이다. 구단은 보통 난색을 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고메즈는 "캠프가 시작되는 1월 15일에 맞춰 몸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다"라고 이유를 댔다. 그리고 실제 컨디션을 점검할 수 있게끔 윈터리그에는 몇몇 경기에만 나섰고 경기를 다 뛴 경우도 없었다. 휴식과 실전 감각 정비를 적절히 병행한 셈이다.
또한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책임감도 매우 강하다. 지난해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을 받아들인 것은 역시 돈을 벌어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고메즈는 시즌이 시작되면 아내를 비롯한 일부 가족들을 한국에 데려와 같이 살 예정이다. SK는 그런 고메즈가 기다리고 있는 플로리다로 오는 15일 오전 떠난다. 크리스 세든과 메릴 켈리도 본진 도착에 맞춰 플로리다에 합류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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