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그로저 괴력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1.14 06: 00

그로저, 복귀전 시차적응 문제에도 괴력
국내선수 부진, 그로저 체력 부담 우려
'괴물' 괴르기 그로저의 괴력에도 삼성화재는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삼성화재는 그로저가 돌아온 지난 13일 우리카드와 홈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25-18, 21-25, 19-25, 25-18, 15-13) 역전승을 거뒀다. 그로저가 블로킹 3개, 서브 에이스 2개 포함 양 팀 통틀어 최다 36득점으로 분전하며 삼성화재의 짜릿한 역전승을 견인했다. 
한마디로 그로저의 괴력이 이끈 승리였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유럽예선 참가를 위해 독일대표팀에 차출된 그로저는 6일부터 11일까지 무려 5경기를 소화했다. 곧바로 12일 한국으로 돌아온 그로저는 13일 우리카드전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8일 사이에 무려 6경기의 초강행군. 
장시간 비행으로 여독이 풀리지 않은 듯 경기 초반 그로저는 공격이 계속 막혔다. 3세트까지 범실을 남발하며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4세트 12점을 폭발하며 살아나더니 마지막 5세트에는 홀로 8점을 쏟아내며 역전승을 견인했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은 강철 체력의 승리였다. 
하지만 그로저도 괴물이 아닌 사람이었다. 경기 후 그로저는 "독일에서 올 때부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어제도 새벽 4시에 잠이 깼다. 시차적응이 안 돼 피곤했다"고 솔직히 말한 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선수로서 당연히 경기는 뛰어야 한다. 그것이 나의 직업이다"고 투철한 사명감을 드러냈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도 그로저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임도헌 감독은 "그로저가 시차적응도 안 된 몸으로 마지막까지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체력 때문에 빼주려고 했지만, 어차피 경기를 하며 독일과 다른 세터 스타일에 맞춰 호흡을 맞춰야 했다. 막판에 자기 페이스를 찾은 것 같아 다행스럽지만 체력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 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로저가 무리를 할 수밖에 없는 건 삼성화재 국내 선수들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국내선수들이 더 집중해야 한다. 각자 자기 포지션마다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게 있다. 리시브, 공격, 수비 커버 등 기본부터 충실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화재는 3일을 쉬고 난 뒤 17일 KB손해보험과 원정경기가 있다. 임 감독은 "우리카드전이 올해 가장 힘든 경기였다. KB전도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로저의 체력 때문이다. 그로저는 체력 관리에 대해 "특별한 건 없다.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많이 받아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잠이다. 최근 3일간 잠을 제대로 못자 피곤하지만 감독님과 잘 상의해 체력을 보충하겠다. 다음 경기도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로저의 표정과 몸은 어느 때보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삼성화재가 그로저의 괴력에 마냥 웃고 있을 수만 없는 이유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동해 기자 ease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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