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012시즌부터 매년 주전포수 변화
정상호 FA 영입으로 포수진 기둥 세워...2016시즌 정상호·유강남 공존 바라봐
LG 트윈스는 1990년 창단 후 20년 동안 포수 걱정이 없었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보였던 1차 지명 포수들이 기대대로 성장해 정상급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90년대에 7번이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동수 2군 감독이 안방마님으로 자리했다. 2000년대에는 자연스레 조인성이 김동수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았다. 리그 전체가 포수기근현상에 시달려도 LG는 예외였다.

하지만 최근 4년 동안에는 지독한 포수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2011년 겨울, 조인성의 FA 이적 이후 매년 주전포수가 바뀐다. 2012시즌 김태군·2013시즌 윤요섭·2014시즌 최경철·2015시즌 유강남으로 의도치 않게 팀의 중심이 흔들리곤 했다.
LG 김정민 배터리 코치 역시 이 부분을 두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김 코치는 지난 13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매년 주전포수가 바뀌었다. 담당 코치로서 아쉬움이 크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우리가 2013년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했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승팀이 되기 위해선 포수 부분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며 “우승팀들을 돌아보면 모두 뛰어난 포수가 있었다. 그동안 팀의 중심을 잡아줄만한 확실한 포수가 있었다면, 우리는 더 강한 팀이 됐을 것이다”고 전했다.
LG가 지난해 11월 29일 베테랑 포수 정상호(34)와 FA 계약을 체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코치는 “상호가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만큼, 우리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밖에서 본 상호는 투수를 잘 리드하고 팀 전체를 잘 아우르는 포수였다. 좋은 기량을 지닌 만큼, 기대가 큰 게 사실이다”며 “시즌을 준비할 때마다 포수진에 고민이 많았는데, 올해는 풍족함 속에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상호가 포수진을 이끌고, 강남이가 상호를 백업하며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호는 2001년 SK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빼어난 하드웨어로 큰 기대를 받았고, 2011시즌 팀의 주전포수로 올라섰다.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인해 꾸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코치는 “아직 상호의 몸 상태에 대해선 확실히 말하기가 힘들다. 스프링캠프를 하고, 시즌을 치르다보면 자세히 알게 될 것 같다”면서 “일단 코칭스태프 워크샵에서는 이런 부분을 감안해 감독님께 시즌 계획을 전해드렸다. 상호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고, 상호가 쉴 때는 강남이나 경철이가 뛸 것이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치르고 나면 보다 명확한 계획이 세워질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코치는 정상호 영입이 유강남이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정상호가 앞으로 2, 3년 동안 주전포수로 자리하고, 유강남이 자연스럽게 정상호의 뒤를 잇는 것이다. 김 코치는 “강남이가 지난해 갑자기 주전을 맡으며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자신에게 실망도 많이 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본다. 강남이는 이제 막 1군 무대를 밟기 시작한 포수다. 기본적으로 KBO리그에서 주전포수로 올라서려면 400경기에서 500경기 정도의 경험이 필요하다”면서 “처음부터 잘 했던 포수는 없었다. 리그를 호령한 박경완 진갑용 강민호 모두 강남이와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상호가 우리 팀에 오면서 강남이가 부담을 덜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당장 LG는 정상호 영입으로 약점이었던 도루저지에 해답을 얻었다. 2015시즌 유강남의 도루저지율은 1할9푼4리에 불과했지만, 정상호는 3할1푼2리를 찍었다. 이는 지난해 리그 주전포수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최근 9시즌 동안 정상호의 도루저지율은 3할4푼5리에 달한다.
김 코치는 “도루저지는 포수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수의 퀵모션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도 상호가 꾸준히 높은 도루저지율을 기록한 것은, 기본적으로 상호가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며 “물론 강남이도 앞으로 좋아질 여지가 많다. 군대 2년 동안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에 집중했다. 상무에서 포수로 나선 경기도 거의 없었다. 수술한 팔꿈치에 대한 부담과 부족한 경기감각, 그리고 민첩성에서 아쉬웠는데 차차 좋아질 것이다. 강남이 스스로도 상호 선배를 보고 많이 배울 것이라 하더라. 상호와 강남이가 경쟁관계에 있어도 팀 전체적으로는 공존을 통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정상호 역시 경쟁이 서로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 전했다. 정상호는 지난 6일 시무식을 마친 후 “어느 팀이든 경쟁을 피할 수는 없다. 같은 팀이니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게 맞다”며 “김정민 배터리 코치님께서 포수들에게 많은 것을 주문하고 공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신다고 들었다. 김정민 코치님 말씀을 경청하고 열심히 훈련해서 경기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정상호는 “그동안 부상과 관련해서 이래저래 안 좋은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몸이 아픈 것은 아니다. 지금 몸 상태도 괜찮다”며 “목표는 작년보다 나은 올해를 만드는 것이다. LG에 오게 돼 기분이 좋다. 올해 부상 없이 풀시즌 열심히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막바지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하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오는 17일부터 시작하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포수진 명단에는 정상호 유강남 최경철 박재욱이 올라갔다. 김정민 코치는 “재욱이가 지난해 교육리그와 가을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이번 1군 캠프에 참가하게 됐다. 베테랑 포수 두 명과 신예 포수 두 명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만 21세의 박재욱은 2014년 LG에 입단, 지난해 퓨처스리그서 8경기를 소화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