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장에 정식으로 나오지도 않은 르노삼성자동차의 6번째 신규 라인업 ‘SM6’가 난제를 만났다.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사들이 닦아 놓은 관행과 이에 맞서는 소비자들의 정서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싹트고 있다. 기술적 이슈를 뛰어 넘는 문제라 그 해법도 ‘이전에 없던 방식’이어야 할 듯하다.
▲돌림자의 벽
SM6는 작년 7월 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 된 ‘탈리스만’의 한국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르노삼성자동차가 구축해 온 명명법에 따라 SM6가 됐다. 르노삼성으로서는 자사의 세단 라인업을 의미하는 ‘SM’을 버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6’이라는 숫자다.

르노삼성에는 SM5와 SM7이 이미 라인업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6’이라는 숫자는 SM5와 SM7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2,250만 원~2,920만 원의 SM5와 2,922만 원~3,819만 원 사이에 SM6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관념’이 생긴다. 비단 가격뿐만 아니다. 배기량이나 성능, 그리고 상징성까지도 5와 7사이에 존재해야 한다는 강박을 준다.
그러나 르노삼성이 생각하는 ‘6’은 5와 7 사이에 존재하는 자연수가 아닌 듯하다. SM6의 가격과 정확한 엔진 스펙은 아직 공개 되지 않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수준”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나와 있다. 르노삼성으로서는 ‘관념’과 ‘탈관념’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되는 숙제가 생겼다. 르노삼성은 실제로 차를 타 본 사람들의 느낌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려 하고 있다.
▲역차별의 벽
SM6의 후륜에 장착 된 서스펜션 논란이 생각보다 거세다. 르노삼성차는 SM6의 후륜 서스펜션에 AM링크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장착했는데, 이를 두고 낮은 차급에 적용하는 토션빔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 됐다. 좌우 두 바퀴를 하나의 빔으로 묶은 토션빔은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단가가 적게 드는 반면, 코너링에서 약점이 있고 승차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승차감을 중시하는 차량에서는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을 많이 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3년간 공을 들여 AM링크라는 독특한 방식의 서스펜션을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AM링크의 뿌리는 토션빔이 맞다.
이 논란은 단순히 토션빔을 쓰고 안 쓰고만 갖고 따질 문제는 아니다. 토션빔을 근간으로 하더라도 성능이 개선 돼 그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 됐던 요소들이 해결 됐다면, 그리고 제작단가도 적게 든다면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다.
‘3년간 공들여 개발한 AM링크’라고 아무리 외쳐도 국내 시장용인 SM6에만 이 시스템이 장착 되고, ‘탈리스만’에는 멀티링크가 달린다면 소비자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어진다. 박동훈 부사장의 말 대로 “현대자동차가 만들어 놓은 한국 자동차 시장의 놀이터”에서 우리 소비자들은 ‘당했다’는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논란에 대해서는 르노삼성도 대응책이 있다. 탈리스만에는 AM링크와는 또 다른 형태의 토션빔이 장착 돼 있다. 승차감에 대해서도 "타 보고 말하자"며 자신하고 있다.
▲결국은 불신의 벽
“SM6가 결국 가격만 올리려는 꼼수가 아니냐” “값싼 토션빔으로 국내 소비자들만 차별하는 거냐”는 볼멘소리들은 결국 ‘불신’에서 출발한다. 국내 운전자들을 귀히 여기지 않는 태도는 모든 제조사들이 마찬가지라는 불신이 소비자들의 마음 깊이 자리잡고 있다.
SM6에 대한 가격 결정에 큰 고민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악 받친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 ‘아슬란’의 쓰린 추억을 자주 상기시키는 것은 일종의 경고 메시지다. ‘기존에 없던 세그먼트’ ‘중형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외치는 SM6를 두고 정작 소비자들은 ‘기존에 없던 가성비’를 기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발표 된 대로 SM6는 동급 대비 매우 뛰어난 스펙들을 갖추고 있다. 그 스펙만큼 가격도 올라가 버리면 ‘중형 세단의 새로운 기준’은 한순간에 종전 기준으로 되돌아간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