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2016년 슬로건은 ‘새로운 시작, 새로운 도전’이다. 그라운드에서는 왕조와의 작별을 고하고 이제는 좀 더 장기적인 시선에서 팀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런 상황에서, SK의 슬로건과 가장 부합하는 선수가 있다. 스스로 그 슬로건을 외치는 최승준(28)이 그 주인공이다. ‘장타력 향상’이라는 SK의 새로운 시작과 방향을 이 거포 유망주가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승준은 지난해 겨울 본의 아니게 팀을 옮겼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한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승준도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고 15일 출발할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에 대비하고 있다. 아직은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환경적인 여건은 괜찮다. 인천 출신인 최승준은 이적 덕에 부모님과 함께 살며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다. 최승준은 “고향에 왔다는 점도 좋고, 부모님도 좋아 하신다”고 웃어보였다. 선한 미소에서 이적의 충격은 이제 어느 정도 사라졌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최승준은 LG가 기대한 우타 거포 요원이었다. 2군 무대를 평정했다. 일발장타력은 무시무시했다. 그러나 LG는 최근 들어 방향을 바꿨다. 드넓은 잠실을 쓰는 팀 사정상 중장거리 타자 육성과 기동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갔다. 그런 가운데 최승준은 2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SK의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최승준과 같은 거포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다. 오히려 빛을 발하기에는 더 수월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럴까. 최승준은 이번 이적을 “내 야구 인생 최대의 터닝 포인트”라고 이야기한다.

최승준은 “위로보다는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게 축하받을 일인가’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어쩌면 LG에서는 현재 팀 기조상 내 자리가 없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기도 하다”라고 이적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돌아봤다. LG 팬들에 대한 미안함은 여전히 있지만, 이제 새롭게 자신을 응원해 줄 팬들은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각오로 오프시즌 중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최승준은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라고 자신했다.
SK 팬들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 중 하나가 최승준이다. 하지만 정작 최승준은 그런 기대치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최승준은 “내 안에 있는 것을 깨고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라면서 “사실 나는 지금껏 낸 성적이 하나도 없는 선수다. 신인 때, 어렸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당시는 현대였지만 인천 야구를 보며 프로야구 선수에 대한 꿈을 키웠다. 초심을 다잡기 좋은 환경인 것 같다”라고 웃어보였다.
“지난해 개막 4번으로 뛸 당시 부담감보다는 기분이 좋더라”라고 떠올린 최승준은 이번 캠프에서 선배들의 좋은 점을 쑥쑥 빨아들인다는 각오다. 최승준은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선배들이 있다. 같이 훈련을 하니 좋은 것만 뺏어가겠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홈구장이 생각보다 크더라. 홈런만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의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승준은 계속 ‘새로운 도전’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최승준이 그 도전을 순탄하게 이어간다면, SK 타선의 체질도 점점 바뀔 수 있다.
2016년 프리뷰
힘에서는 타고 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그 힘을 짓눌렀던 것은 부담감과 적은 기회라는 악재였다. 사뭇 달라진 환경에서 이를 이겨낼 수 있다면 SK의 이번 보상선수 지명은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재원이 포수 마스크를 쓰는 빈도가 늘어남에 따라 비게 될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경쟁에서 가장 앞설 공산도 크다. 혹은 박정권의 휴식 시간을 담당할 1루수가 될 수도 있다. 부담이 적은 하위타선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겠다는 코칭스태프의 생각도 이 유망주의 적응을 도울 것이다. 당장 리그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규격 변경 계획은 없다. 꾸준히 공을 들여야 할 타자라는 의미다. 스스로는 부상 관리가 기본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