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 감독, 투수 얻기 위한 트레이드 천명
외야수 혹은 1루수,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 있는 상황
“내부적으로 카드를 맞춰보고는 있다. 어쩌면 캠프 진행 도중에 트레이드가 성립될 수도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트레이드 가능성을 열여 두고 있음을 확실하게 전했다. 류 감독은 지난 15일 인천공항에서 괌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트레이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류 감독은 “현재 우리 내부적으로 카드를 맞춰보고 있다. 우리가 이 선수를 다른 팀에 줄 경우, 다른 팀에서는 어느 정도 선수를 받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아직 다른 팀과 본격적으로 트레이드를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카드만 맞는다면, 언제든지 거래는 이뤄질 수 있다.
삼성이 트레이드를 원하는 이유는 마운드를 보강하기 위해서다. 윤성환·안지만을 스프링캠프에 참가시켰으나, 아직 경찰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둘의 혐의가 인정되고, 둘이 징계를 받는다면, 삼성은 당장 선발진과 불펜진의 기둥이 뽑혀나간다. 게다가 삼성은 현재 마무리투수 자리가 비어 있다. 차우찬을 놓고 선발과 마무리 기용을 모두 생각하고 있는데, 그만큼 선발이든 불펜이든 확실한 투수가 필요하다.
더욱이 삼성은 수준급 야수진을 갖추고 있으나, 포지션이 한 쪽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외야만 봐도 최형우 박한이 구자욱 박해민 배영섭 등 5명이나 된다. 구자욱을 1루로 쓸 수도 있는데, 그러면 채태인과 포지션이 중복된다. 때문에 중복된 포지션의 선수를 활용해 투수를 받아오려 한다.
사실 스프링캠프 기간에 트레이드가 성립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전력구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즌을 준비하는 단계인 만큼, 대부분의 팀들이 긍정적인 시각으로 각자를 바라본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엎어진 경우는 꽤 있었다.
4년전 KIA와 넥센은 내야수와 선발투수를 바꾸는 트레이드를 꾀했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시진 감독과 선동렬 감독은 이미 합의를 이룬 상황이었다. 김 전 감독은 “그 때 우리 팀과 기아의 1차 스프링캠프 장소가 똑같았다. 게다가 두 팀 다 LA를 경유해서 애리조나에 도착했다. LA에서 선 감독을 만나 트레이드 합의를 이뤘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애리조나에 가면 트레이드 발표가 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구단 인사가 이를 반대해 트레이드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바로 지난해 이맘 때 LG와 롯데도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었다. LG의 젊은 투수 한 명과 롯데의 젊은 야수가 트레이드 카드였다. 1차 훈련 장소인 애리조나에서 양 팀 감독이 트레이드에 합의를 봤다. 그런데 롯데 구단 고위 관계자가 트레이드를 반대하면서 트레이드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고 알려졌다. 마지막 방아쇄만 당겨졌다면, 2015시즌의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것은 불발된 두 트레이드가 물밑에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지금은 삼성이 공개적으로 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류중일 감독이 이미 몇 차례 트레이드 의사를 전한만큼, 9개 구단 모두가 삼성과 트레이드를 염두에 둘 수 있다. 젊은 투수가 많으면서도, 외야수나 1루수가 필요한 팀이라면 얼마든지 삼성과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트레이드는 성사되는 경우보다 불발되는 경우가 더 많다. 게다가 리그 전체가 투수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중이다. 카드를 맞추더라도 앞의 두 경우처럼 구단 고위 관계자가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저런 트레이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는 삼성이 캠프 기간 중 빅딜을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