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결국 외국인투수 한 자리 채우지 못한 채 캠프 돌입
리스트에 넣어둔 투수 신분 체크 중...3월말까지 장기전 각오
결국 장기전이다. LG 트윈스가 외국인 선발투수 한 자리를 확정짓지 못한 채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LG는 17일 1차 훈련장소인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 2016시즌을 향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새 외국인투수의 영입 시기는 여전히 미정. 1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애리조나에서 새 외국인투수가 합류할 수도 있으나, 2월 중순이나 3월까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LG가 영입후보 리스트에 올려둔 투수들 대부분이 현재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LG 구단 관계자는 지난 16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원하고 기다리고 있는 투수들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이들이 올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며 “이들 모두 이대로라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게 된다. 스프링캠프 경쟁에서 떨어져야 우리에게 올 수 있다. 보통 메이저리그는 시범경기를 하면서 로스터를 조정한다. 시범경기가 진행되는 시기는 돼야 외국인투수를 데려오게 될 듯하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2월 20일 전후로 선수들이 공식적으로 모여 스프링캠프에 들어간다. 시범경기는 대략 3월부터 시작하는데, 구단들은 한 달 동안 시범경기를 치른 후 2016시즌 개막 로스터를 확정짓는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명단인 25인 로스터. 그리고 구단이 선수의 소유권을 행사하는 40인 로스터가 정해지는 것이다. 25인 로스터에 들어간 선수는 물론 40인 로스터에도 포함되어 있다.
LG는 2014시즌에도 이와 비슷한 시도를 했었다. 당시 LG는 레다메스 리즈·코리 리오단으로 외국인 선수 원투펀치를 확정지은 채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그런데 리즈가 캠프에 합류하자마자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검사결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리즈와의 계약은 파기됐다. LG는 리즈를 대신할 선발투수를 찾았고, 메이저리그 각 구단 로스터가 확정되는 3월말까지 기다렸다. 결과적으로 LG는 3월 30일 캔자스시티 팀 내 경쟁에서 밀려난 좌투수 에버렛 티포드(32)를 보장금액 50만 달러를 들여 영입했다.
문제는 티포드가 부진했다는 것이다. 시즌 초반에는 순항했으나, 중반부터 KBO리그 타자들의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맞는 것을 두려워했고, 볼넷도 늘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까지 당하며 가장 중요한 시즌 막바지 엔트리서 제외됐다. 포스트시즌 합류를 기대했으나, 끝내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티포드의 KBO리그 성적은 20경기 99⅔이닝 5승 6패 평균자책점 5.24다.
일단 LG는 현재 리스트에 올라간 투수들의 기량이 티포드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리스트에 들어간 투수들을 모두 봤다. 비디오도 봤고, 기록도 봤는데, 티포드 보다는 확실히 더 좋은 투수들이다”며 “이들 모두 메이저리그에 진입하기 위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던질 것이다. 우리 팀에 늦게 합류한다고 해도, 컨디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LG 구단 관계자는 지난 12월 “티포드와는 50만 달러 보장 계약을 했었는데, 이번에 뽑을 외국인투수는 티포드의 두 배 이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스토브리그에 들어가기 전부터 뛰어난 외국인선수를 뽑기로 했다. 12월초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던 선수가 갑자기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했고, 또 다른 선수는 갑자기 수술을 받으면서 마지막 외국인투수 영입이 늦어지게 됐다. 리즈를 데려오는 것도 생각은 했는데, 리즈가 갑작스럽게 라쿠텐과 계약을 맺어버리더라. 그래도 지금 리스트에 올라있는 투수들은 리즈보다 기량이 뛰어나다고 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LG에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는 좋은 투수가 최대한 빨리 합류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FA시장이 어느 때보다 느리게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구단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도 40인 로스터를 확정짓지 못했다. 그래도 앞으로 한 달 후면, FA들의 행선지가 결정되고, 트레이드 시장에 나와 있는 선수들의 2016시즌 소속팀도 가려진다. LG가 리스트에 올려놓은 투수들은 당장 내일 풀릴 수도, 3월 마지막 주에 풀릴 수도, 개막전 로스터에 진입해 아예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