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페이커'와 SK텔레콤, 무엇이 문제였을까?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6.01.17 11: 29

SK텔레콤과 진에어, 누가 봐도 SK텔레콤의 승리가 예상됐던 경기였고, 설령 SK텔레콤의 여유있는 선수 기용이 문제를 보였어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패배였다. 
우승후보 0순위 SK텔레콤이 2016시즌 롤챔스 스프링 두 번째 경기서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SK텔레콤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 OGN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벌어진 '롯데 꼬깔콘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1라운드 진에어전에서 0-2로 패배했다. 
0-2 완패는 지난해 1월 31일 진에어전 이후 무려 350여일만으로 공교롭게도 또 한 번 진에어에게 무너졌다. 작은 불씨가 큰 들불을 일으키듯, 흐름을 탄 진에어의 기세에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페이커' 이상혁과 '벵기' 배성웅도 무너지는 SK텔레콤을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 완벽하지 않은 호흡
지난 CJ전 2-0 승리 이후 최병훈 SK텔레콤 감독은 "지난해 롤드컵 우승 당시의 실력을 100으로 본다면 지금 우리 팀의 실력은 50점에 불과하다. 아직 많은 점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굉장히 냉정하게 SK텔레콤의 현주소를 평가했다. 진에어와 경기전 예상 스코어를 묻자 김정균 코치 역시 "워낙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우리가 잘할 거라고 말씀을 하시지만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라 섣불리 답해드리기 어렵다"라고 아직 호흡이 완벽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SK텔레콤 코칭스태프의 우려대로 SK텔레콤의 호흡은 완벽하지 못했다. 신예 ’블랭크’ 강선구와 ‘스카웃’ 이예찬의 미숙한 점으로 1세트를 내줬지만 '페이커' 이상혁과 '벵기' 배성웅이 투입된 2세트에서도 분명 제대로 된 플레이가 나오지 못했다. 
예전과 비교한다면 배성웅이 '페이커' 이상혁을 안정화 시킨 후 상황에 따른 동선 이동으로 전장을 장악했지만 이상혁에 대한 커버도 새롭게 팀에 가세한 '듀크' 이호성에 대한 백업도 적절하게 되지 못하면서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 거리는 것 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결국 이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파고드는 진에어 선수들의 경기력에 휘말리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경기 후 한상용 진에어 감독은 "경기 전 오전 롱주 게이밍과 스크림을 통해 최종 준비를 했다. 사실 이기기 힘들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했던 대로, 상대가 갱플랭크를 선택했고, 놀랄 정도로 준비했던 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2세트는 그래서 철저하게 '페이커' 이상혁 만을 집중 공략하는 페이커 말리기를 하면서 이길 수 있었다"면서 "1세트 신예 2명을 기용한 것은 무리였다고 생각한다. '듀크'도 이번 시즌 팀에 합류했으니 3명을 바꾸고 한 셈이라 우리에게 좋게 작용한 것 같다"고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진에어의 철저한 준비
한상용 감독은 "만약 SK텔레콤이 주전으로 1세트부터 나섰다면 승부는 예측하기 힘들다. 사실 어렵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2016시즌 들어서 우리 팀의 전력으로 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로 이 경기를 준비한 건 맞다"면서 "롱주 게이밍과 경기에서도 사실 3명의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사용하는 전략을 사용할까도 했었지만 공교롭게 쓰지 못했고, 갱플랭크 카운터로 카시오페아를 준비한 경기도 상대가 밴을 하면서 쓰지 못했지만 이번 경기서는 신기하게 준비한대로 다 맞아 떨어졌다"면서 진에어가 SK텔레콤전에 대한 준비가 소홀함이 없었음을 이야기했다. 
이어 한 감독은 "SK텔레콤은 워낙 노련하고 수싸움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맞춰보는 플레이가 아직 정비되지 않은 것 같다. 분명 어렵고 강한 SK텔레콤을 이겨 오늘 승리가 더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한상용 감독의 말대로 이날 진에어 전략은 참신함 그 자체였다. 원거리딜러 챔피언에 무게를 실은 2016시즌 메타에 최적화된 전략을 들고 나왔다. 탑 '트레이스' 여창동은 그레이브스, 미드 '쿠잔' 이성호는 코르키, 원거리딜러 '파일럿' 나우형은 미스포츈으로 색깔있는 챔피언 선택을 통해 SK텔레콤을 공략했다. 
2세트에서도 갱플랭크를 SK텔레콤이 일부러 가져가게 하면서 카시오페아로 카운터를 쳤다. 지난해 MSI 결승전서 르블랑을 선택한 이상혁을 '폰' 허원석이 모르가나로 카운터를 쳤던 것 처럼 말이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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