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이 인기다. 연초부터 '월 기본료 0원'이라는 상품이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신규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
알뜰폰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이동통신재판매(MVNO)'란 이름으로 존재했고 지난 2011년 7월 정부에 의해 공식 도입됐다. 2012년에 이르러 공모를 통해 비로소 지금의 '알뜰폰'이란 이름으로 자리매김했다.
알뜰폰의 인기는 올해 초 특히 부각됐다. 하지만 최근 꾸준하게 증가해 왔다. 결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알뜰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것들이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 놓은 것일까.

▲ 소비자 답답하게 만드는 단통법
우선 지금의 알뜰폰 인기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단통법은 누구나 같은 혜택을 받으며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투명하게 휴대폰을 구입하자는 것으로 사실 난무하는 '불법 보조금'을 척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단통법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지원금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불법 보조금은 마치 게릴라전을 연상하게 하는 것처럼 곳곳에서 뿌려졌다.
결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휴대폰 가격은 급격하게 올라갔다. "모두가 비싸게 사라고 만든 법이냐", "정가를 주고 휴대폰을 산 사람은 봉으로 만드는 법"이라며 소비자들의 불만은 높아졌다.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알뜰폰이었다. 알뜰폰은 다양한 혜택을 가진 요금제가 많이 출시됐을 뿐 아니라 언제든 위약금 없이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 변별력 없는 신제품
아이러니하게도 출시되는 스마폰의 높은 사양도 소비자들을 알뜰폰으로 눈 돌리게 만들었다.
처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는 모든 것이 신기했고 갖고 싶어 했다. 휴대전화 기능은 당연하고 이메일을 비롯해 뉴스, 이메일, 인터넷 쇼핑, 은행거래, TV, 라디오, 카메라, 음악감상, 문서 작성 등 온갖 기술의 집약체로 각광을 받았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졌고 이를 간단하게 설치하고 지울 수 있게 되면서 현대인들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빠른 스마트폰 기술의 진화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무덤덤하게 만들었다. 운영체제(OS)는 iOS, 안드로이드, 윈도우 등으로 구분되지만 스마트폰 디자인은 거의 비슷해졌다. 카메라 기능도 이제 화소 싸움이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정점을 찍었다.
이젠 어떤 브랜드의 휴대폰을 사더라도 기술이나 기능적인 부족함을 느낄 수 없게 됐다. 모양도, 기술도 비슷비슷해졌다. 스마트폰간 변별력이나 특색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오히려 이런 기능들을 굳이 다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필요한 기능을 최소한 갖추면서도 비싸지 않은 실속형 제품을 찾게 된 것이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시장에서 나오는 중저가 스마트폰도 이런 분위기에서 인기를 모았다. 결국 자연스럽게 기능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저렴한 알뜰폰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똑똑해진 것이다.
▲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이통사 요금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요금제 역시 소비자들이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데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시장 경쟁 논리로 가지 않는 이통 3사 요금제에 대한 불만이 국내 경기 침체와 겹치면서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특히 알뜰폰이 결국은 이통 3사의 망을 그대로 빌려 쓰는 만큼 통화품질 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요금제는 한층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기본요금 없이 매월 50분 무료 음성통화, 월정액 4만원대 음성, 문자, 데이터 무제한 등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들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물론 멤버십에 대한 혜택이 부족하고 개인정보 보호, 고객 서비스 대응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최신 스마트폰 라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젊은층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 알뜰폰 업계 등과 함께 연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접 질적인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니 기대가 모아진다.
소비자들은 한층 실용적이면서도 똑똑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정책이나 법규, 제도 등은 여전히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모처럼 햇살을 받은 알뜰폰을 통해서라도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사진] 우체국 알뜰폰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