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니스 에이스 정현(20, 삼성증권 후원)이 세계최강 노박 조코비치(29, 세르비아)를 상대로 값진 경험을 얻었다.
세계랭킹 51위 정현은 18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서 개막한 호주오픈 단식 본선 1회전서 조코비치에게 세트스코어 3-0(3-6, 2-6, 4-6)으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서 세계랭킹 1위와 대결한 정현은 아쉽게 졌지만 값진 교훈을 얻었다. 통산 6회 우승을 노리는 조코비치는 64강에 진출했다.
▲ 한국선수 최초 세계랭킹 1위와 메이저 대결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가치의 경기였다. 한국선수가 메이저대회서 세계랭킹 1위와 당당히 한 코트에서 대결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현 이전에 세계적 랭커와 대결한 한국선수는 이형택이 유일했다. 이형택은 2000년 US오픈 16강에서 당시 4위 피트 샘프라스와 대결을 펼쳐 화제가 됐다. 2003년 호주오픈 2라운드서 이형택은 2위 안드레 애거시와 맞붙었다. 또 같은 해 윔블던 1라운드서 이형택은 로저 페더러와 라켓을 맞댔다.
이형택은 2007년 몬테카를로 마스터스 16강에서 세계랭킹 1위 페더러와 다시 만났다. 비록 메이저대회는 아니었지만, 한국선수가 세계최강과 맞붙은 것은 처음이었다.
정현은 지난해 US오픈 2라운드서 세계랭킹 5위 바브린카와 대결해 좋은 경기를 펼쳤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가 주는 무게감은 차원이 달랐다. 기량 차도 컸지만 조코비치의 이름이 주는 긴장감을 탈피하는 것이 중요했다.
경기 전 정현은 “조코비치와 꼭 대결을 해보고 싶었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현은 1세트서 3-4로 쫓아가며 선전을 펼쳤다. 하지만 2세트부터 심리적으로 무너지며 아쉬운 경기를 했다.

▲ 정현, 확실한 마무리 기술이 없었다
1세트에서 정현은 예상보다 잘 싸웠다. 조코비치의 라인드라이브를 잘 따라다니며 리턴을 날렸다. 랠리가 10회 이상 이어지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정현은 세계 1위에게 통할 수 있는 결정적인 마무리 기술이 없었다. 에이스 등 확실한 한 방으로 점수를 딸 수 있는 무기가 없었다.
경기 전 조코비치는 “정현은 서브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대로였다. 1세트에서 조코비치는 3개의 에이스를 터트렸지만 정현은 하나도 없었다. 정현은 상대 서비스 게임을 뺏어오는데 지장이 컸다. 반대로 자신의 서비스는 지키지 못했다.
잘 싸우던 정현은 2세트부터 심리적으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현은 2세트서 5경기 만에 첫 게임을 따냈다. 실책이 잦아지며 손쉬운 네트플레이도 넘기지 못했다. 2세트서 정현은 13개의 실책을 범해 자멸하고 말았다. 3세트도 마찬가지였다. 조코비치는 강력한 서브와 노련한 네트플레이로 정현의 체력을 뺏었다.
조코비치는 총 10개의 에이스를 기록하며 5개의 정현을 눌렀다. 조코비치가 첫 서브로 이길 확률은 89%에 달했다. 반면 정현은 59%에 불과했다. 서브에 이은 공격의 위력에서 세계최정상과 정현사이에 아직 큰 차이가 있다는 뜻이었다. 특히 조코비치는 발리성공률이 100%(15/15)로 50%(5/10)에 그친 정현을 압도했다.
비록 패했지만 정현은 얻은 것이 많았다. 부담을 떨친 정현은 3세트서 날카로운 패싱샷으로 코너를 찔러 조코비치에게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정현은 3세트서 4-5로 맹추격을 펼치기도. 세계최고선수와의 대결을 통해 정현은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 됐다. 아울러 앞으로 선수생활에 엄청난 자신감을 얻게 됐다.

한편 통산 5회 호주오픈 우승을 차지한 조코비치는 지난해 우승에 이어 2연패에 시동을 걸었다. 조코비치가 올해 우승을 달성하면 통산 6회 우승으로 호주오픈 최다우승자가 된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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