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이형택, "정현, 조코비치에 졌지만 굉장히 큰 걸 배웠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6.01.18 15: 45

"졌지만 굉장히 큰 걸 배웠다."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20, 삼성증권 후원, 세계 랭킹 51위)이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29, 세르비아)를 상대로 좋은 경험을 했다. 정현은 18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서 개막한 호주오픈 단식 본선 1회전서 조코비치에 0-3(3-6 2-6)으로 완패했다.
조코비치는 설명이 필요 없는 최강자다. 투어 통산 60차례, 그랜드슬램에서 11차례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단 한 번도 세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을 정도로 압도적인 아우라를 뽐냈다. 조코비치는 특히 호주오픈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통산 5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대회서 2연패와 함께 6번째 호주오픈 우승컵을 조준하고 있다.

한국 선수가 세계 랭킹 1위와 맞붙은 것은 지난 2007년 4월 이형택(40)이 ATP 투어 마스터스 몬테카를로 대회 16강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격돌한 이후 약 9년 만이었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이 바라본 정현과 조코비치의 경기는 어땠을까. 이형택 테니스아카데미재단 이사장과 경기 직후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경기는 어떻게 봤나.
- 현이가 많이 좋아졌다. 조코비치에 비해 기술과 스트로크는 많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경험과 서브에서 많은 차이가 났다. 서브에서 쉽게 갈 수 있는 포인트가 많지 않아 무리한 스트로크가 나왔다. 조코비치의 스트로크는 기계 같다. 서브 게임서 포인트를 리드하면 스트로크도 편하게 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어려웠다. 산전수전 다 겪은 조코비치가 경기 운영에서 우월했다. 정현도 졌지만 굉장히 큰 걸 배웠다. 랭킹이 낮은 선수들과 하는 것과 1위와 맞붙는 건 느낌이 다르다. 미래를 위해 좋은 경험을 했다. 
▲ 본인 이후 9년 만에 한국 선수가 1위와 싸우는 느낌은 어땠나.
- 굉장히 좋았다. 테니스 종목은 랭킹 100위 이내에만 들어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현에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더 잘할 것이다. 현이를 필두로 또래 선수들도 굉장히 많은 자극을 받고 있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투자를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 조코비치가 서브서 압도했지만 최고 속도는 정현이 조금 더 빨랐다. 
- 조코비치의 경험이다. 코스 공략이 좋고, 서브의 각도가 많이 다르다. 이에 반해 현이의 각도는 단순한 면이 있다. 야구의 그레그 매덕스를 보면 구질이 많이 휜다. 랜디 존슨은 빠른데다 슬라이더를 던진다. 그런 차이다. 현이도 작은 키는 아니지만 조코비치의 키가 더 크다 보니 서브의 각도가 다르다. 상대가 리턴을 어느정도 하느냐에 따라서도 서브를 판가름할 수 있다. 현이가 리턴을 잘했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서브가 약해보일 수 있다.
▲ 과거 정현이 자신을 넘어설 수 있다고 했는데.
- 전체적인 페이스나 모든 걸 보면 현이가 굉장히 빠르다. ATP 투어에서도 잘하고 있다. 나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상대가 현이의 장단점에 대해 잘 몰랐다. 워낙 빨리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도 오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선수들이 현이의 장단점에 대해 알게 되면 공유가 되기 때문에 단점을 파고들 것이다. 현이는 포핸드보다 백핸드가 더 좋은데 조코비치가 현이의 장단점을 잘 몰라 백핸드로 많이 쳤다.
▲ 정현이 더 발전하려면 어떤 걸 보완해야 하나.
- 현이가 지난해 챌린지 대회서 랭킹 점수를 많이 땄는데 이제는 ATP 투어를 뛰어야 한다. 1회전을 이기기 쉽지 않은데 4강 이상 가야 지난해 랭킹 점수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올해는 지난해보다 고전할 수도 있다. 현이의 장단점이 노출되면서 상대 선수들이 연구를 할 것이다. 현이도 서브 파워를 올리고,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더 올라가려면 포핸드에서 더 공격적으로 쳐야 한다. 뒤에서만 치면 결국 잘하는 선수를 이길 수 없다. 이기려면 조금 더 모험을 해야 한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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