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열린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의 ‘올해의 SUV’ 수상의 영광은 쌍용차의 ‘티볼리’가 가져갔다. 판매량과 시장 내 의미 등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지만 끝까지 ‘티볼리’의 수상을 저지하는 후보가 있었으니, 바로 지프의 ‘올-뉴 레니게이드’다. 최종 3개 후보 선정에서부터 실차테스트 현장에서까지 몇몇 기자들은 ‘티볼리’ 못지 않게 ‘올 뉴-레니게이드’의 장점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올-뉴 레니게이드’를 시승하면서 많이 개선 됐다 해도 개인적으로 디젤의 진동과 소음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가솔린 모델이 오길 바랐다. 하지만 시승을 위해 준비된 모델은 최상위 트림의 디젤 모델이었다. 색상은 빨간색. 그리고 출시 행사 당시 붙여졌던 지프 브랜드를 상징하는 별 모양의 데칼이 붙어있어 안 그래도 튀는 외모가 더욱 강조됐다.
색 자체가 눈에 띄는 색이기도 하지만 ‘올-뉴 레니게이드’는 그 자체만 봐도 생김새가 개성이 넘친다. 그 동안 닛산 ‘큐브’와 기아차의 ‘레이’로, 국내에도 박스카 모델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냈지만 ‘올-뉴 레니게이드’는 지프 특유의 DNA가 더해져 귀여운 외모 안에 강인한 면모가 느껴진다. ‘올-뉴 레니게이드’는 굳이 밝은 색, 튀는 색을 하지 않아도 단숨에 눈에 띄는 외모를 갖고 있다.

실내도 독특한 감성을 살렸다. 익스트림 스포츠용 고글에서 영감을 받은 실내는 차에 올라 문을 닫는 순간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이끌어준다. 나만의 놀이터에 온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디자인도 간결하고, 버튼도 큼지막해 사용에 불편함은 없지만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중심이 낮아 운전자에 따라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듯 하다.
‘올-뉴 레니게이드’의 생김새 덕인지 시승 기간 내내. 운전에 나설 때 마다 설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올-뉴 레니게이드’는 가속성능이 매우 매끄럽고 탄력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도심을 비롯해 고속 주행이 필요한 경우 성질이 급하다고 만인이 인정하는 사람만 아니라면 답답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사실 ‘올-뉴 레니게이드’를 타면서 고속으로 달리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예쁜 차는 모두에게 뽐내듯 달려 주는 게 맛 아니겠는가. 애초에 디자인 콘셉트도 ‘달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아이도 아니다. 특유의 사운드를 몇 백 미터 뒤에서부터 뽐내며 ‘쌩’하고 지나갈 녀석들은 따로 있다. 그건 그들에게 맡기면 된다.
앞서 언급했듯 가솔린 모델이 아니라서 아쉬웠던 점은 도심 주행에서 두드러졌다. 디젤, SUV, 그리고 지프 특유의 주행 감성이 온로드에서는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시트의 딱딱함 정도를 0에서 10으로 치자면 6정도 되는데, 디젤 모델이다 보니 저속 구간에서도 시트를 통해 진동이 전달됐다. 이는 사람에 따라 지프만의 감성으로 보는 시각의 차이로 나타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중저가 모델에서도 젊은 층 유입을 위해 양질의 오디오가 탑재되는 반면, ‘올-뉴 레니게이드’는 이 부분이 부족하다. 확실히 편의사양과 인포테인먼트에서 가격대비 수입차라는 점과 디자인 요소만큼 만족감을 주지는 못한다. 외모도 준수하고, 다같이 있으면 재미있는데 둘만 있으면 할 말이 없는 타입이랄까.

급경사에서의 우직함은 그야말로 감탄스러웠다. 가끔 좋은 차를 타더라도 눈앞을 가로막을 정도의 경사길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으로 불안감을 느끼곤 하는데, ‘올-뉴 레니게이드’는 껌딱지처럼 바닥에 착 붙어, 한참을 서 있다가도 곧잘 오르막을 올라갔다.
실용성이 개선된 9단 변속기는 확실히 FCA 코리아 측의 설명대로 이전과 달리 100km/h 이하로 속도가 떨어져도 충분히 제 본분을 다했다. 완만한 가속으로 3000rpm 이상으로 솟구치지 않아도 중고속을 지나면 9단까지 활용, 중속으로 속도를 유지해도 8~9단을 오가며 보다 부드러운 변속감을 제공하고, 연비효율을 높여줬다.
모래밭과 진흙탕을 달려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주변에서 ‘올-뉴 레니게이드’의 반전과 진가는 험로에서 드러난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비록 ‘올해의 SUV’ 수상은 받지 못했지만 특유의 감성과 디자인, 그리고 지프의 오프로드 성능과 더불어 수입차 치고 진입가격이 낮은 가격은 ‘올-뉴 레니게이드’에 마음을 빼앗기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fj@osen.co.kr
[사진] 올-뉴 레니게이드 라디에디터 그릴, 전면, 후측면(위부터).

[사진] 올-뉴 레니게이드 대시보드 및 센터페시아.

[사진] 올-뉴 레니게이드 측면.

[사진] 연료통의 'X'에서 따온 테일램프(위).

[사진] 올-뉴 레니게이드 트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