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다언] 다득점 우선제도, '하석상대' 불과하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6.01.20 05: 59

하석상대(下石上臺)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다. 승리의 중요성 보다 일단 골을 넣고 보자다.
18일 프로축구연맹은 올해 첫 이사회를 통해 새로운 순위 결정 방식을 결정했다. 기존 '승점→득실차→다득점→다승→승자승→벌첨→추첨'에서 '승점→다득점→득실차→다승→승자승→벌점→추첨' 순으로 변경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와 같은 변경 이유에 대해 "공격축구를 지향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축구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득점 증가와 이로 인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의도는 나쁘지 않다. 실제로 K리그의 득점력은 매우 떨어진다. 해외 유명 리그의 경우 최상위권 팀들은 경기당 평균 2골에 가까운 득점력을 선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K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한 수원 삼성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1.58골에 그쳤다.
골을 넣어야 경기가 재미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K리그를 이끌고 있는 전북이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컨셉으로 공격축구를 표방하며 인기를 끌자, 모두 공격 축구를 펼치라는 말이다.
하지만 전북은 철저한 준비와 오랜시간 동안 팀을 만들면서 일궈낸 결과다. 그러나 연맹은 무조건 골을 넣으면 지더라도 재미있는 경기가 나오고 이점을 부여하겠다는 생각이다.
만약 골이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2점짜리 골을 만들어도 된다. 또 북미 프로스포츠중 하나이 아이스하키처럼 규정을 바꿔도 된다.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은 공격적인 경기를 선보이기 위해 재미있는 규정을 만들었다. 승부의 중요성을 고려해 승점을 배분한다. 일단 정규시간에 승리를 거두면 승점 3점이다. 그리고 슛아웃승은 2점, 슛아웃패는 1점이다. 경기 시간을 늘려서라도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말이다.
또 연장전이 자주 일어난다. 경기 시간을 늘려서라도 승자와 패자를 결정 짓는다. NHL은 정규리그의 경우 선수를 줄여서 각팀당 3명씩 출전 5분의 연장전을 펼친다. 선수가 줄어들면서 늘어난 공간을 상대로 공격을 펼치라는 말이다.
플레이오프의 경우에는 더 시간이 늘어난다. 아니 무제한다. 6명씩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한명씩 줄여 5명이 나서 20분 연장전을 펼치는데 승부가 나눠지지 않으면 무제한으로 경기를 펼친다.
멀리가지 않아도 된다. 안양 한라, 대명 상무, 하이원 등이 참가하는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도 정규리그는 4명씩 나서 5분 연장을 펼친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의 경우는 NHL과 동일하다.
유럽 등 해외의 경우에도 다득점을 우선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승자승이면 모를까 골을 많이 넣었다고 해서 이점을 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연맹의 결정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리그의 패러다임을 바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단 K리그 현실은 모두 우승을 노린다. 하지만 리그가 안정되려면 우승이 아니라 팀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직전 시즌 하위권에 머무린 팀이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고 상위권 도약만을 노린다. 감독들도 성적부진으로 언제 경질될지 모르기 때문에 재미있는 축구를 펼치기 힘들다.
적극적인 투자를 해서 성적이 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투자가 없다면 팀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방향을 찾아야 한다.
재정이 어렵다면 선수를 키워 팔거나 다른 방법을 통해 팀이 유지되야 한다. 그저 재미있는 축구를 펼치라는 명분아래 모두에게 특명을 내릴 필요는 없다.
그저 골이 많이 들어가면 문제가 해결이라는 이번 결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0-0 혹은 1-0의 승부에서도 분명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팬들에게 재미를 안기고 싶으면 경기 방식에 변화를 줘도 된다. 로컬룰을 만들어 한다면 차라리 명분이라도 있다. 또 승점이 동률인 상황에서도 극단적인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어쨌든 이미 결정된 상황이다.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게 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물론 치고받는 공격적인 축구도 이뤄지겠지만 의미가 없을 가능성도 크다. 모 구단 관계자는 "리오넬 메시 11명이 뛴다고 축구가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언발에 오줌누기가 될 것"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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