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기 위한 주태수(32, 전자랜드)의 노력이 놀랍다.
인천 전자랜드는 19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부산 kt를 94-76으로 제압했다. 최하위 전자랜드(13승 28패)는 홈 4연패를 끊었다. 7위 kt(16승 25패)는 6위 동부(22승 19패)가 승차가 6경기로 벌어졌다.
주태수는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수비형 정통센터다. ‘주태수를 뚫지 못하면 센터로서 공격력이 없는 것’이란 의미에서 팬들은 그를 ‘감별사’라고 부른다. 그만큼 주태수의 수비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한 때 주태수는 외국센터 전문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다.

올 시즌 외국선수 제도변경으로 토종센터들에게 위기가 왔다. 2,3쿼터 외국선수 두 명이 동시 투입되기 때문. 언더사이즈 빅맨이 득세하며 수비만 좋은 토종센터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함지훈처럼 패스가 좋든가 김종규처럼 탄력이 뛰어나다면 모를까. 평범한 선수들은 자연히 출전시간이 줄고 있다.
‘어떻게 하면 팀에 기여할까?’ 주태수는 고민 끝에 3점슛을 쏘기 시작했다. 단순히 팀의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장신외국선수가 리카르도 포웰인 전자랜드서 주태수는 상대 외국센터를 수비하는 중책을 맡는다. 그는 포웰이 마음 놓고 1대1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칫 주태수가 페인트존에 함께 머물면 그의 수비수가 포웰에게 도움수비를 갈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외곽으로 나온다고 위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3점슛의 필요성이 생긴다. 주태수가 3점슛을 넣으면 수비수가 고르게 분산된다. 동료들이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넓어지는 반사효과가 있다.
지난 14일 동부전에서 주태수는 올 시즌 처음으로 3점슛을 시도했다. 무려 4개를 쏴서 하나를 넣었다. 주태수가 3점슛을 넣은 것은 2012년 2월 23일 삼성전 후 약 4년 만이었다. 주태수의 3점슛이 전략적으로 활용된 것은 2006년 데뷔 후 처음이다.
경기를 앞둔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원래 3점슛이 있다. 주태수가 3점슛을 넣어주면 스페이싱이 좋아진다”며 설명했다. 이어 유 감독은 “슛연습 중 주태수와 내기를 했다. 3점슛 10개 쏴서 5개를 넣으면 2만 원, 7개 이상이면 3만 원을 준다고 했다. 그랬더니 주태수가 7개를 연속으로 넣었다. 지갑에 딱 3만 원 밖에 없었는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주태수의 3점슛은 실전에서 빛을 봤다. 그는 1쿼터 초반 상대 수비가 없자 보란 듯이 3점슛을 던져 림에 꽂았다. 당연히 스크린을 서는 것으로 생각했던 상대 수비는 약간 당황했다. 주태수는 1쿼터 중분을 남기고 수비수가 아무도 없자 다시 한 번 과감하게 3점슛을 쐈서 넣었다. 수비수에게 ‘장난이 아니다. 비면 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kt도 더 이상 주태수의 3점슛을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주태수는 1쿼터 3점슛을 두 개나 넣었다.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보다도 하나를 더 넣었다.
주태수는 1쿼터와 4쿼터에 걸쳐 ‘포웰 보디가드’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그는 3점슛 3개를 쏴서 2개를 넣었고, 6득점을 올렸다. 주특기인 리바운드는 5개를 잡았다. 수비형 센터의 놀라운 변신이었다.
슈터만 슛을 쏘는 것은 아니다. 또 처음부터 슛을 잘 쏘는 선수는 거의 없다. 팀이 원하는 것이 슛이라면, 무조건 쏴서 넣어야 하는 것이 프로다. 주태수는 진정한 프로선수였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