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리카르도 포웰(33)위 활약 뒤에는 묵묵한 조력자 주태수(34)의 헌신이 있었다.
인천 전자랜드는 19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부산 kt를 94-76으로 제압했다. 최하위 전자랜드(13승 28패)는 홈 4연패를 끊었다. 7위 kt(16승 25패)는 6위 동부(22승 19패)가 승차가 6경기로 벌어졌다.
이날 포웰은 물 만난 고기처럼 코트를 누비며 29점, 8리바운드, 9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으로 펄펄 날았다. 포웰이 화려한 덩크슛과 노룩패스를 선보이자 인천 팬들이 덩달아 신이 났다.

하지만 포웰 혼자서 경기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웰이 화려한 빛이라면 묵묵한 그림자처럼 그를 받쳐주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주장 주태수였다. 올 시즌 KBL에 외국선수 장단신제가 도입됐다. 아울러 2,3쿼터에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뛴다. 이에 발맞춰 언더사이즈 빅맨이 대세다. 토종빅맨은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높이가 낮은 전자랜드가 포웰을 트레이드로 다시 데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주태수 덕분이었다. 주태수가 상대 장신센터를 잘 막아 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 유도훈 감독은 외국선수가 한 명만 뛸 수 있는 1,4쿼터 포웰의 짝으로 주태수를 동시에 기용하고 있다.
공격에서도 주태수의 역할이 크다. kt전 주태수는 1쿼터에만 3점슛 두 방을 터트렸다. 깜짝 놀란 심스도 주태수를 견제하러 외곽으로 나왔다. 빈틈을 놓치지 않고 포웰이 마음껏 골밑을 휘저었다. 리바운드나 박스아웃, 스크린 등 궂은일도 주태수의 몫이다. 주태수는 공수에서 ‘포웰 보디가드’ 역할을 충실히 했다.
경기 후 유도훈 감독은 “공간이 생겨야 외국선수도 공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주태수의 3점슛이 무기가 되면 상대도 도움수비를 쉽게 못 올 것이다. 다음 플레이까지 연결된다면 외곽도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 동안 주태수에게 3점슛을 연마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10개를 쏴서 7개를 넣으면 3만원을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도 했다. 주태수는 7개를 연속으로 넣어 유 감독을 놀라게 했다. 주태수는 “돈이 걸리니까 확실히 기회를 잡았다. 부산갈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뭘 사먹었다”면서 웃었다.
동료들도 주태수의 활약에 놀랐다. 정병국은 “포웰이 포스트업 할 때 4번 수비가 외곽으로 처져서 1대1 할 공간이 많이 생긴다”며 반겼다. 주태수 덕에 정병국 등 외곽슈터들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항상 음지에서 묵묵히 활약하는 주태수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거리가 멀다. 올 시즌 주장을 맡은 그는 저조한 팀 성적에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주태수는 “나이를 한 살 더 먹다보니 수술 전과 같은 몸이 아니다. 원래 운동능력으로 농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제는 악과 깡으로 좀 더 부딪치려고 한다. 후배들을 잘 추슬러서 시즌 마무리를 잘하겠다. 성적이 좋지 않아 홈팬들에게 죄송하다. 남은 홈경기를 최대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