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리스트에도 있던 에반스, 기대 반 걱정 반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1.20 05: 56

 두산 베어스가 꾸준히 지켜보던 선수를 데려온다. 이번에도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선택이다.
지난 19일 두산은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30)와의 계약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1루수는 물론 외야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에반스는 계약을 마치면 팀의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시드니로 들어와 합류할 예정이다. 지금은 세부 조건에 대한 합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며, 곧 계약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단이 먼저 계약이 임박했다고 발표하는 것은 다른 경로를 통해 소식이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정보가 새면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어 이를 방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에반스는 지난 2004년 뉴욕 메츠의 5라운드 지명을 받았고, 메이저리그 통산 177경기에서 타율 2할5푼7리, 10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통산 도루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스피드는 기대하기 힘들다. 마이너리그 통산 1061경기에서는 타율 2할8푼3리, 156홈런 640타점을 올렸다.
기록에서도 볼 수 있듯 거포보다는 중장거리 유형에 가까운 타자다. 슬러거를 영입하더라도 잠실에서 뛰면 장타력이 반감될 수 있어 시각에 따라 구장에 맞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마이너리그 통산 홈런(156개)에 비해 2루타(264개)가 월등하게 많으며, 타율(.283)에 비해 출루율(.353)이 높은 점에 두산은 주목하고 있다. 중장거리 스타일이며 출루율이 높은 것은 스스로 '머니볼 스타일'이라 칭했던 잭 루츠와도 비슷한 부분이다.
지난해 마이너리그 성적은 좋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트리플A 팀인 리노 에이시스에서 활약했던 에반스는 139경기에서 타율 3할1푼, 17홈런 94타점으로 준수했다. 다만 그가 속했던 퍼시픽코스트리그(PCL)가 타자 친화적인 반면 한국에서는 잠실을 홈으로 쓴다는 것이 악재다. 장점인 출루 능력을 극대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
신중히 외국인 타자 영입을 진행하던 두산의 선택은 결국 오래 지켜본 타자였다. 에반스는 1년 전에도 리스트에 있던 선수였다. 이때 두산은 앤드류 브라운도 염두에 뒀다. 두산 관계자는 "브라운이 라쿠텐 골든이글스행을 원한다고 밝혀 뜻을 접었다. 에반스는 리스트에 있었으나 포지션 문제가 있어 협상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에이전트가 높은 몸값을 요구해 일본 구단들도 탈락하고, SK가 8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브라운을 잡은 것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당시 두산엔 김현수가 있었고, 김태형 감독은 파워를 갖춘 김재환을 주전 1루수로 써보려 했던 단계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허경민이 주전 3루수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라 구단은 1, 3루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원했고, 에반스를 포기한 뒤 잡은 선수가 잭 루츠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3루수 자리에 허경민이 있고, 좌익수와 1루수만 불확실하다. 2루타를 뽑아내는 갭 파워(gap power)가 있는 에반스는 타격에서만 기대치를 충족시키면 된다.
짧지만 일본야구를 경험해봤다는 점도 에반스의 장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5경기 출장이 전부였기에 큰 의미는 없다. 지난해에는 건강하게 139경기에 출전했지만, 최근 5시즌 평균 출장 경기 수(메이저리그, 일본 포함)가 98경기로 불안한 면도 없지 않다. 아픈 루츠 때문에 고생했던 두산이기에 무시하고 넘어가기 힘들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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