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례적으로 스프링캠프서 야간훈련 일정 제외
젊은 선수들, 100% 컨디션으로 시즌 맞이 의도
LG 트윈스가 파격적으로 이번 스프링캠프에 임한다. 어느 때보다 신진세력의 성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야간훈련을 없앤 것. 훈련시간을 줄이는 대신, 훈련의 밀도를 높이고, 정상 컨디션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하게 한다는 의도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17일 인천공항에서 미국 애리조나로 떠나기에 앞서 “야간훈련이나 특별 엑스트라는 없다. 지난해를 돌아보니 젊은 선수들이 캠프에서 에너지를 다 쏟고 정작 시범경기부터는 지쳤다. 올해는 베테랑 선수들은 물론, 젊은 선수들도 최고의 컨디션에서 시범경기에 들어가고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첫 시도는 아니다. LG는 지난해 11월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서도 과감하게 야간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 양 감독은 당시를 돌아보며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마무리캠프였지만, 시범적으로 야간훈련을 빼봤다. 훈련 시간은 짧아졌지만, 훈련의 밀도는 더 높았다. 타격 훈련의 경우, 젊은 타자들은 야간훈련 없이도 하루에 세 박스(공 700개에서 750개 사이)를 쳤다”면서 “이런 훈련을 하면 손바닥이 까질 수밖에 없다. 까진 손바닥으로 야간훈련까지 하면 다음날 회복이 덜 된 상태로 또 훈련에 들어간다. 연일 훈련에 지장을 받느니 밤에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게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 봤고,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간을 딱 일 년 전으로 돌려보자. 모든 팀이 마찬가지지만, LG 역시 지난해에 ‘신진세력 도약’ 이라는 과제를 안고 스프링캠프에 들어갔다. 특히 야수진에서 신구조화가 강조되곤 했다. 외야수로 포지션을 전환한 문선재와 김용의를 비롯해, 채은성과 최승준이 큰 기대 속에서 스프링캠프에 임했다.
문선재와 김용의가 외야진에 연착륙할 경우, 보다 다양한 라인업을 꾸릴 수 있고, 경기 후반 대주자·대수비 기용의 폭도 넓어진다. 덧붙여 외야진의 기동력도 크게 향상된다. 채은성과 최승준은 우타 갈증을 해소해줄 적임자로 보였다. 실제로 채은성은 2014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음에도 타율 2할7푼7리로 가능성을 보였다. 최승준 역시 적은 기회 속에서도 인상 깊은 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모두 물거품이 됐다. 이들 모두 스프링캠프까지는 맹타를 휘두르며 베테랑 주전선수들에게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시범경기와 시즌초반부터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최승준은 개막전 4번 타자로 파격 기용됐으나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문선재 김용의 채은성 또한 시즌 내내 잠실과 이천을 오갔다. 스프링캠프서 불철주야 굵은 땀방울을 흘렸음에도, 정작 정규시즌에선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면서 LG는 팀 타율(0.269)과 팀 OPS(0.738), 그리고 팀 득점(653점)에서 모두 리그 9위에 자리했고, 최종성적 역시 창단 최악인 9위(64승 78패 2무)에 머물렀다.
양 감독은 지난해 스프링캠프를 돌아보며 “작년에는 애리조나 캠프 막바지에 NC와 두 차례 연습경기를 치렀다. 그러니까 4, 5명이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더라”며 “그래서 올해 애리조나에선 연습경기를 안 하기로 했다. 일본 니혼햄에서 연습경기 요청이 있었으나, 청백전만 치르고 오키나와로 향한다. 오키나와에서 연습경기 8번을 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2016시즌 약체로 평가받고 있는 LG가 반전을 이루기 위해선, 20대 젊은 야수들의 기량향상이 필수다. 지난해 고졸신인임에도 공수에서 강렬한 모습을 남긴 안익훈과 4번 타순에서도 자기 타격을 보여준 서상우가 상승세를 이어가야 한다. 양석환과 유강남 또한 지난해 1군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해야 하며, 문선재와 채은성도 다시 잡은 기회를 살릴 필요가 있다. 덧붙여 지난해 군복무를 마친 이천웅 정주현 강승호도 큰 기대 속에서 애리조나행 비행기에 올랐다.
KBO리그 10구단 모두 ‘스프링캠프’가 곧 ‘지옥훈련’이다. 특히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젊은 야수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배트를 휘두르고,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날린다. LG 역시 지난해까지 그랬다. 수많은 젊은 선수들은 모든 일정이 끝난 밤 9시에도 숙소 근처 공터에서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온 몸이 땀으로 가득할 때까지 스윙을 반복했고, 배트를 들 힘조차 없어졌을 때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신진세력 도약을 위해 야간훈련을 제외한 LG의 역발상이 50일 후 모두를 놀라게 할지 주목된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