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다시 적응해야...제로 베이스의 마음가짐"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6.01.20 13: 04

아시아 평정을 목표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동계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전북현대는 유독 일본 J리그에 약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권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주요 길목에서 J리그 팀들에 번번이 덜미를 잡혔다.
이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듯하다. 일본을 잘 아는 핵심 수비수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오른쪽 풀백으로 J리그 가시와 레이솔에 몸담았던 김창수(31)는 전북 최강희 감독이 측면 보강을 위해 데려온 특급 영입생이다.
공교롭게도 가시와는 전북에 ‘악연의 갑(甲)’이라 할 만하다. 2012년과 2013년 4차례 만나 모두 졌고, 지난해에도 1무1패로 열세였다. K리그 울산현대~대전 시티즌~부산 아이파크 등을 거친 김창수는 2013년부터 가시와 유니폼을 입었고, 그곳에서 전북의 강한 화력을 극복했다. 19일(한국시간) 아부다비에서 만난 그에게서 속내를 들어봤다.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일본에서 계약이 끝난 상태였다. 팀을 알아보는 상황에서 감독님께서 오라고 하셔서 오게 됐다. 일본 내 타 팀의 제의도 있었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었다.
-복귀를 왜 결심했나?
가시와 레이솔 시절 전북이 경기를 많이 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준비 과정이기도 했고 좋은 동료들도 많았다. 딱히 조언을 구하진 않았다. 이근호와 몇 차례 통화를 했다. 다들 '좋다', '괜찮다'고 해주더라. 전북이 느낌이 왔다. 한국에서도 정말 잘해보고 싶었다. 부산에서 주장으로 있으면서 우승도 정말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우승 못했다. 아쉬움이 번번이 이어졌는데, 한국 들어올 때는 한국에서 우승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들어왔다.
-첫 느낌은?
단체 생활을 해야 하고, 모든 걸 단체로 해야 하고, 옷도 맞춰 입고 다녀야 한다. 일본에서는 밥 먹는 시간을 정했지만 먹을 사람 먹고, 안 먹을 사람 안 먹고 그런다.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전북에서의 각오, 그리고 목표는?
한국에서 많이 뛰어봤지만 다시 적응해야 하고. 제로 베이스라는 마음가짐이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 선수라면 많은 경기에 출전 기회를 얻어가고 싶다.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런던올림픽 때 팔이 부러지고, 월드컵 1년 전에 발목 다치면서 그 이후로는 부상 당하면 모든 부분이 어려웠다. 재활할 때부터 굉장히 노력을 했다. 지금은 부상 당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열심히 하려고 해도 안 됐다. 그래서 노하우가 생겼다. 미리 운동 나가기 전부터 미리 몸을 풀어놓고, 스트레칭으로 미리 좀 근육을 풀어주고 있다. 운동 후에도 필요한 부분을 좀 더 하고 있다.
-부담이 있나?
벌써 나이가 30대 초반이다. 여기에 와보니 나이가 있는 형들이 많더라. 부담은 솔직히 말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감수해야 할 부분이고 맞춰가야 할 부분이고 선수들과 잘 맞춰 해나가야 할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될까?
운동장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 감독님이 베스트11 정하니까 제 역할을 하고 그런 뒤에 제 할 도리를 잘해주면 그게 끝인 것 같다. 기존 동료들도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고 뭐가 가장 좋은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껏 공격수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공격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그래서 내가 도움이 되면 한다.
-브라질 월드컵이 많이 아쉽지 않나?
월드컵 때 많이 욕도 먹었다. 그 당시에는 우린 열심히 하려 했었지만 감독님과 동료들이 모두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안 나왔다. 그 당시에는 왜 그러지 그런 외부 반응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았고. 그런데 시간이 좀 흘러가고 나니 이해도 되는 구석이 있더라. 그래서 많이 배웠다. 인간으로서도 많이 성숙해졌고. 당시 월드컵 동료들 대부분이 성숙해졌고 그랬을 것 같다.
-슈틸리케호에서 장현수 경쟁을 하는데?
부담은 없다. 그 친구도 오래 전부터 지켜본 친구였다. 경쟁자라서 그런 건 전혀 없고 오히려 더 친하게 지내고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 때 중국에서 함께 밥도 먹기도 했다. 월드컵은 다치고 나서 재활 후 2경기 더 뛰고 월드컵 본선에 나갔다. 몸이 덜 만든 상황에서 이용이 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번 월드컵에 꼭 뛰고 싶다는 간절함은 있지만 그렇게 엄청난 그런 압박은 없다. 꾸준함이 월드컵에서 뛸 기회를 주지 않을까? 월드컵이란 무대를 또 경험하고픈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때는 34세가 된다. 시간이 흘러가봐야 하지만 참여하고픈 열망은 있다.
-'닥공(닥치고 공격)'에서 수비수란?
공격수들이 너무 좋다. 그러나 수비도 우리가 골 덜 먹어야 한다. 공격자 부담을 줄여야 하고 골 없이 버티면 전방이 해결해줄 것이다. 해외에서 다른 나라 문화를 접했던 것이 있다. 인간적으로도 성장했다는 느낌이 있다. 용병 입장에 서면서 용병이라는 부담감이다. 더욱 잘해야 한다.
-전북의 방향은?
도르트문트전 보면 역습이 우리가 굉장히 빠르더라. 뭉쳤다가 확 전진하는 장면이 좋았다. 실점 찬스도 많았지만 득점 찬스도 많았다. 패스 플레이를 선호하는 편인 것 같다.
-수비 잘하는 팀 수비수, 공격 잘하는 팀 수비수
부산 시절 전북을 만났을 때 수비하기 바빴다. 가시와 시절, 전북에 진 적 거의 없었다. 볼 간수도 많이 했고. 동료들에게 이미 이야기했다. 일본에 약한 부분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다. 일본 시절 전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있었고 그래서 분석도 더 많이 했고. 운이 따라준 건 사실이다. 우연히도 계속 이기더라. 가시와 선수들은 일본팀 상대 때보다 더 수비 강하게 나간다. 맞불작전으로 펼쳤고. 타 팀들은 피지컬에서 많이 밀리는데 가시와는 부딪힐 때 강하게 하고 기싸움에서 팽팽히 이어지고. 일본 애들도 알고 있다. 수비할 때 강하고 정신력 강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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