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호의 룩 패스] 0-2보다 1-10이 유리하게 된 2016년의 K리그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6.01.21 06: 00

축구에서 좋고 나쁨을 가르기란 쉽지 않다. 언제나 상대적이다. 공격적인 축구가 박수를 받을 때도 있고, 수비적인 축구가 박수를 받을 때도 있다. 그런데 2016년의 K리그에서는 수비보다 공격에 집중하는 축구가 우선시하게 됐다.
지난 1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6년 K리그 순위 결정 방식을 바꿨다. 기존 '승점→득실차→다득점→다승→승자승→벌첨→추첨'순에서 '승점→다득점→득실차→다승→승자승→벌점→추첨' 순으로 변경됐다.
공격 축구를 지향하기 위해서다. 프로축구연맹은 "축구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득점 증가와 이로 인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이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득점을 위한 공격'이라고 정의를 내린 셈이다.

졸지에 강팀을 막기 위해 수비적인 운영을 펼치는 약팀은 악(惡)이 됐다. 프로축구연맹의 설명대로라면 수비적인 전술을 펼치는 팀은 팬들의 만족도를 저해하는 팀이다.
옳다고 생각하는데 무리가 있다. 2년여 전을 생각해보자.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수비적인 포메이션의 대명사인 스리백을 사용한 네덜란드, 코스타리카, 칠레, 멕시코는 공격 축구는 아니지만 전 세계 축구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수비 축구도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예다.
중요한 건 많은 골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국가들은 수비적인 운영을 하더라도 공격을 할 때는 특징있고 날카로운 공격을 펼쳤다. 승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팬들은 다득점 만큼 승패 여부도 중요하게 여긴다. 이 때문에 몇몇 리그와 대회는 득실차가 아닌 승자승을 우선으로 삼기도 한다.
다득점을 중요하게 여긴 이번 규정의 변화로 2016년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경기가 나올 수 있게 됐다. 0-2로 승부가 결정난 막판에 지고 있는 팀이 수비를 완전히 포기하고 전원 공격을 하는 경우다. 0-2 상황에서 8골을 더 허용하더라도 1골을 넣어 1-10이 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식으로 많은 골이 나온다면 팬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인지 의문이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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