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마운드의 '맏형' 권오준(36)에게 지난 시즌은 아쉬움 그 자체. 1군 마운드에 30차례 올랐으나 승패없이 평균 자책점 8.04를 기록한 게 전부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솔직히 한 게 없으니 할 말이 없다. 성적도 좋고 내가 납득할 만한 공을 던졌다면 만족스러운 시즌이 됐을텐데 그렇지 못하니 실망스럽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고 나 스스로 생각이 많아 지긴 했다".
권오준은 변화를 선택했다.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쉽지 않은 선택. 그만큼 성공을 향한 의지가 강하다. 투구 자세, 훈련 방법 등 싹 바꾼다. "작년에 던질때 공의 궤도가 타자들의 방망이에 딱 걸렸다. 공의 움직임 자체가 너무 밋밋했다. 팔과 하체 활용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는 게 권오준의 말이다.
해마다 일찌감치 몸만들기에 나섰던 것과 달리 올해부터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기로 했다. 그는 "예전처럼 내 자리가 있어 천천히 만드는 입장은 아니지만 항상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에 조급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부터 여유를 갖고 몸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정답은 없지만 한 번쯤은 바꿀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사자 마운드의 맏형이 된 권오준. 하지만 그는 "투수 최고참이 됐다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맏형이 됐다고 후배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보다 묵묵히 지켜보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잘 돌아 갈 만큼 분위기가 조성돼 있으니 자신이 해야 할 부분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 마운드는 세대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대 교체라는 게 무작정 젊은 선수들만 기용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본보기가 될 만한 베테랑 선수들이 해줘야 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지키는 야구의 토대를 마련했던 권오준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나이만 먹었다고 고참이 아니라 고참으로서 중심을 잡아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고참이 되면 후배들을 다독거리고 잘 이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구를 잘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후배들이 믿고 따른다. 내가 먼저 잘 해야 한다. 작년처럼 해서는 안된다".
2006년은 권오준의 야구 인생에 있어 최고의 시즌이었다. 당시 그는 한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을 세우며 생애 첫 타이틀도 거머 쥐었고 2년 연속 우승의 기쁨도 누렸다.
"참 오래 됐다.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잘 하고 싶다. 언제나 똑같은 생각이지만 마음 만큼 안 되는 게 몸이고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야구인 것 같다. 준비를 잘 한다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잘 돼야 하는데 최근 몇년간 말만 앞섰다. 죄송하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올 시즌 권오준의 어퍼컷 세레머니를 자주 볼 수 있을까. 병신년 원숭이띠 권오준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보자. /what@osen.co.kr
[사진] 괌=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