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판매된 수입차는 24만 3900대.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20만 대를 돌파, 전체 수입차 시장 성장률은 24.2%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업체 중에는 무려 100% 이상의 판매 성장세를 기록한 곳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만 대 클럽에 가입한 곳도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수입차 시장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되려 판매가 뒷걸음질 친 업체 두 곳이 있다. 바로 시트로엥와 피아트다.
시트로엥은 지난 2015년 같은 그룹의 푸조가 소형 SUV ‘2008’을 내세워 활개를 치는 동안 전년보다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판매 증가세를 보였으나 2015년에는 572대로, 판매가 약 8% 감소했다.
시트로엥의 판매 부진은 신차 부재와 이로 인한 마케팅·홍보 활동 감소가 원인이었다. 지난 해 시트로엥이 내놓은 신차는 라인업 추가 개념의 다운사이징 모델 '그랜드 1.6'과 'C4 피카소 1.6', 'DS3 뉴 라이트 시그니쳐' 총 3종 이었다. 세 모덷 모두 푸조 '2008'과 달리 볼륨 차종이 아니었기에 전체 판매량에 활기를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브랜드 인지도 대비 높은 가격도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업계 및 시장에서는 시트로엥 브랜드 인지도 대비 국내 판매가가 다소 높게 책정됐다고 보고 있다. 현지에서 대중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는 시트로엥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수입차=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따라간다는 것.
이에 시트로엥 측은 올해 소형 SUV 신차 ‘C4 칵투스’로 진입 장벽을 낮춰, 브랜드 인지도 확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C4 칵투스’의 출시는 2분기 말로 예정돼 있으며 ’2008’보다 파격적인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춰 ‘시트로엥의 2008’로 활약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본사 방침대로 시트로엥의 프리미엄 라인 ‘DS’의 이미지를 공고히 해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도 서서히 시동을 걸 예정이다.
FCA 산하의 피아트는 더 심각했다. 2013년 507대였던 연간 판매량이 2014년 1163대로 급증했지만 이 같은 기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했다. 2015년 615대를 팔아 약 47% 판매량이 추락했다.

피아트도 신차 부재와 모델 단종이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2014년 피아트 판매의 한 축을 담당했던 ‘프리몬트'가 단종돼 2015년에는 ‘500’과 ‘500C’, 두 종이 전부였다.
또, 2014년은 ‘프리몬트'와 더불어 2014년 연식 변경 모델이 나오면서 2013년형 재고 소진을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여 2분기에 판매량이 급증, 예년과 다른 모양새를 보였다.
FCA 코리아 관계자는 “객관적인 수치만 보면 지난 해 판매가 감소했지만 연식 변경 모델 출시에 따른 물량 소진을 위한 마케팅 활동 등 2014년 상황이 특수했다”며 “작년 모델 라인업이 500과 500C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단순히 판매가 줄었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아트는 소형 SUV 대세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올 상반기 ‘500’ 기반의 도심형 크로스오버 모델 ‘500X’를 출시할 앞두고 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 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가솔린과 디젤, 4륜 구동 모델로 구성되며 피아트의 주력 모델로 기대가 높은 모델인 만큼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올해도 수입차 판매는 증가세를 이어가지만 지난해 보다 성장세가 줄어들어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어서 신차 1종이 전부인 시트로엥과 피아트가 건실한 성과를 내기는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fj@osen.co.kr
[사진] 시트로엥 'C4 칵투스(위)'와 피아트 '500X'./ 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