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지리, 한화 투수 인스트럭터로 부임
이종범 부상 안긴 악연, 한화와 새 인연
악연에서 인연까지. 한화 투수 인스트럭터로 영입된 가와지리 테쓰로(47)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악연과 인연 사이를 오간다.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지난 14일 한국에 들어온 뒤 16일부터 한화 잔류조 캠프가 차려진 서산에 합류했다. 20일 인스트럭터 영입 사실이 한화 구단에 의해 공식 발표되자 그에 얽힌 과거 한 장면이 새삼 화제가 됐다. 이종범(46)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일본야구 평정을 가로막은 바로 그 사건, 사구 악몽을 안긴 투수가 바로 가와지리 인스트럭터였다.
지난 1998년 6월23일 나고야돔. 당시 한신 타이거즈 소속 투수 가와지리는 4회 이종범을 상대로 던진 3구째 몸쪽 커브를 던졌다. 그러나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그의 커브는 타격하러 나오던 이종범의 오른쪽 팔꿈치를 정통으로 맞혔다. 그 길로 골절상을 당한 이종범은 3개월 동안 재활했고, 극심한 사구 후유증 탓에 일본에서 아쉬움을 머금고 돌아왔다.
뜻하지 않은 사고,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도 그 순간을 잊지 못했다. 21일 한화 서산 전용훈련장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난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이종범 관련 질문이 나오자마자 오른쪽 팔꿈치를 들어올리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사구 다음날 이종범의 집까지 찾아가 사과했다. 그 다음 대결에서는 몸쪽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악연이 있는 투수로 기억되지만 일본에선 사이드암 투수로 수준급 활약을 했다. 1995년 한신에서 데뷔한 뒤 긴테쓰 버팔로스를 거쳐 2005년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은퇴하기까지 11년 통산 227경기 60승72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1998년 5월26일 주니치전에서는 노히터 게임을 달성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유니폼을 벗은 후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한동안 야구계를 떠났다. 그는 "은퇴 후 야구를 떠나 완전히 다른 일을 했다. 지진을 예방하는 기계를 만들었다"며 "어느 날 우연히 독립리그 경기를 보러갔는데 지도자 부탁을 받았다. 투수코치로 들어간 뒤 감독까지 맡았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독립리그 군마 다이아몬드에 몸을 담았지만 계약이 만료됐다.
그때 악연으로 끝날 뻔한 한국과 다시 인연이 닿았다.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일본 팀에서 계약이 만료된 뒤 한화에서 연락이 왔다. 김성근 감독과는 아무 인연은 없다. 짧은 기간이지만 한화에 온 만큼 선수들에게 내가 갖고 있는 이론과 경험을 전달하도록 하겠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지도를 하게돼 기분이 좋다"며 새로운 도전에 들뜬 모습이었다.
사이드암 투수 출신답게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잠수함 투수들을 전담할 예정이다. 서산에서는 정재원과 정대훈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잠수함 투수는 하체 쓰는 방법이 중요하다. 몸이 나가는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상체가 먼저 나가지 않고 다리부터 움직여야 한다. 팔 스윙도 중요하다"며 "좌타자 상대로는 바깥쪽 승부가 중요하다"고 나름의 노하우를 설명했다.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내달 1일 고치 본진 캠프에 합류할 예정으로 오키나와 2차 캠프까지 한화 투수들과 함께 하는 일정이다. 그는 "한국은 힘과 스피드 모두 수준 높은 야구를 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서산에 와보니 가능성 있는 투수들이 많다. 1군에서도 제대로 던질 수 있는 능력들을 갖췄다"며 한국야구와 이어나갈 새로운 인연을 기대했다. /waw@osen.co.kr
[사진] 가와지리(한화 이글스 제공)-이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