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피칭아카데미 시동, “새롭게 죽어보자”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1.22 07: 27

이상훈 코치, 올해 고졸신인 투수 김대현 유재유 천원석 전담지도
당장 투구하는 게 아닌, 앞으로 부상 피할 수 있는 몸 만드는 게 우선
LG 트윈스 이상훈 코치가 지휘하는 피칭 아카데미가 시작됐다. 이 코치는 올해 고졸신인 투수 김대현 유재유 천원석을 전담마크, 하나부터 열까지 투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친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이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는 유재유는 지난 20일 “코치님께서 처음 우리 셋과 만났을 때 ‘여기서 다시 한 번 새롭게 죽어보자’라고 하셨다. 듣는 순간 ‘역시 카리스마가 대단하구나. 정말 각오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코치는 김대현 유재유 천원석이 정상 컨디션에서 투구할 수 있도록, 웨이트와 보강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키고 있다. 셋 다 이천에 입소한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이는 LG 팀 전체의 방향이기도 하다. LG는 올해 신인들에게 ‘프로다운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을 첫 과제로 제시했다. 매년 상위지명 신인선수를 1군 캠프 명단에 넣어왔는데, 올해는 아니다. 1차 지명 김대현과 2차 1라운드 지명 유재유, 5라운드 지명 천원석은 이천에서 이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겨울을 보낸다. 이들은 2군 대만 캠프 명단에도 제외됐다.
아직 마운드에 서지는 않았지만, 셋 모두 웨이트 효과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김대현은 “몸 전체적으로 힘이 생기고 밸런스도 안정됐다는 것을 느낀다. 사실 고등학교 때도 윤석환 감독님이 프로에서 오신 만큼, 웨이트와 보강훈련을 강조하셨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여기 와서는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웨이트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이야기했다. 
유재유는 “힘이 많이 좋아졌다. 똑같은 힘으로 던져도 고등학교 때와는 공가는 게 다르다. 여기 와서 공 던지는 것도 ITP(단계별 투구프로그램)로 처음부터 했다. 지금은 거리는 자유롭게 나가고 하프피칭 들어갈 정도의 몸까지 왔다”고 이천에서 보낸 두 달 반을 돌아봤다. 천원석도 “운동량은 많지만 여기는 시설이 워낙 좋아서 괜찮은 거 같다. 아무래도 프로니까 운동하는 수준은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높다. 휴식시간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나중에 더 좋은 컨디션에서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이 코치는 이들을 육성하는 데 있어 절대 가속페달을 밟지 않으려 한다. 이 코치는 지난해 12월 “진짜 프로투수가 되기 위해선 3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대회 후 쉬는 시간이 길다. 하지만 프로선수들은 6, 7개월을 쭉 던진다. 아마추어에서 150km 던지면, 프로로 스카우트가 되지만, 프로에서 150km를 던진다는 보장은 없다. 프로는 매일 경기가 있기 때문에 아마추어 때보다 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리고 프로는 계속 던지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고 지치게 된다. 어린 선수라면 누구나 1년에 한두 번은 부상을 당한다, 중요한 것은 그 부상을 이겨내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오는 스피드 절감을 경험하고 볼배합하는 방법, 자신감을 유지하는 방법, 1군 경기장에서 팬들에게 압도당하지 않는 마음 등을 갖춰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진짜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덧붙여 이 코치는 “사실 프로투수가 1군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 자체도 대단하다. 신인이 첫 해부터 1군에 올라가서 잘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밑에서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크게 보고 싶다. 2군에서 3년은 뛰고 군대도 갔다 와서 차츰차츰 올라가는 게 좋은 그림이라고 본다”며 “일단 내 임무는 어린 투수들을 당장 1군에 올리는 것보다 2군에서부터 잘 던지게 하는 것이다. 부상을 당해도 빨리 낫고, 빨리 다시 던지게 하는 것. 슬럼프에 빠져도 빨리 이겨내게 하는 것. 이 모든 것을 선수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논의하면서 이루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투수 육성의 큰 그림을 그렸다. 
멀리보고 가는 만큼, 현재 피칭아카데미는 탐색전의 성격이 짙다. 김대현은 “코치님이 우리를 좀 더 봐야한다고 하셨다. 지금은 서로를 파악하는 시기인 것 같다. 코치님께서 우리의 투구폼이나 구종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성격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재유는 “아직 이상훈 코치님과 긴 시간을 보낸 적은 없지만, 코치님의 말씀은 간단명료하다. 어렵지 않고 바로 알아듣기 쉽다. 코치님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어떤 방향으로 우리를 지도하시는지 금방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코치는 자신의 지도방향에 대해 “‘이렇게 하자’와 ‘이렇게 해’는 말하는 입장에선 똑같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다르다. 코치는 선수에게 맞춰야한다. 그래서 3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코치는 선수의 성격도 잘 파악해야 한다. 기술이든 멘탈이든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 코치와 선수가 서로 배우는 게 필요한 시기도 있다. 서로를 잘 파악하고 오랫동안 길게 한 길을 가야한다”면서 “굳이 내 목표를 이야기한다면, 내 선수들이 아프지 않는 것이다. 선수로서 최고는 일 년 동안 안 아프고 매일 그라운드에 서는 것이라 본다. 그런데 보통 부상 없이 일 년 전체를 뛰는 선수는 한 팀에 3명 정도 밖에 안 나온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나도 선수도 아프지 않고 매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자신의 바람도 전했다. 
김동수 2군 감독은 피칭아카데미의 이러한 지도가 몸과 마음 모두 프로선수가 되는 필수 단계라고 봤다. 김 감독은 “이상훈 코치가 김대현 유재유 천원석을 걸음마 단계부터 가르치는 중이다. 프로가 어떤 것인지 이상훈 코치를 통해 느끼고 알게 될 것이다”며 “현역 시절 이 코치와 많은 경기를 했다. 이 코치는 마운드 위에서 자신 없는 모습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사실 투수는 고개 숙이면 안 된다. 이상훈 코치는 블론세이브를 해도 당당하게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야구는 다음날에 또 경기가 있는 스포츠다. 이 코치의 이런 마음가짐이 어린선수들에게 전달되면 큰 효과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피칭아카데미가 대만은 안 가도, 이천 시설을 잘 활용해서 잘 준비할 것이다. 신인투수 셋 다 급하게 육성시킬 마음은 없다. 시즌이 시작되도, 이들은 몸이 만들어지고 준비가 다 됐을 때 경기에 나갈 것이다. 모든 것은 이 코치가 결정한다. 이 코치가 경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요청하면 육성군이든 2군 경기든 이들을 등판시킬 것이다”고 밝혔다. 
LG는 2014시즌 1차 지명신인 임지섭을 2년 연속 개막전 시리즈에 선발 등판시켰다. 임지섭은 좌투수로 150km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는 게 최대장점. 하지만 2년 동안 제구를 다잡지 못해 고전했고, 지난 12월 상무로 군입대했다. 임지섭에 앞서 2011시즌 1차 지명이었던 임찬규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첫 해 당당함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남겼으나, 결국에는 부족한 웨이트로 인해 부상을 맞이하며 고전했다. 임찬규는 2013시즌이 끝난 후 경찰청에 입대했고, 웨이트에 전념, 이전보다 커진 몸으로 이번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이다.
이렇게 LG는 신인투수를 육성하는 데 있어 과정보다 결과부터 바라봤다. 재능만으론 1군에서 통할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한 LG가 피칭아카데미를 통해 육성에 새로운 활로를 뚫을지 궁금하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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